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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by 쓰는교사 정쌤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여덟 단어]-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내 외모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환경,

그로 인해 형성된 나의 성격, 습관,

마인드, 마음 씀 등의

모든 것들을 다 포함하여

그것들을 인정하며 산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흔 중반을 훌쩍 넘고

내 삶에서 많은 시련을 겪어보니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은

자기답게 산다는 말의 다른 표현 같다.


내가 가진 것을 더 끄집어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으로

뾰족하게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

그게 생긴 대로 산다는 것 같다.


학급 아이들을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

그림 잘 그리는 아이,

운동 잘하는 아이,

노래 잘 부르는 아이,

노래는 못 불러도 악기 잘 다루는 아이,

글씨를 못 쓰지만 글은 잘 쓰는 아이,

다 부족한데 마음이 착해서 봉사심이 투철한 아이 등

다양한 재능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를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이 중 한 가지만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건 교사가 가르쳐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도

아이가 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예전이라면 모두에게 적용했던 규칙을

이제는 조금 더 개인에게 맞춘다.

모두 발표해야 하는 수업도

모두 발표할 수 있게 기회의 장을

만들기는 하되,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

아예 발표하러 나오지 않는 아이는

이야기를 해봐도 안 되면

보고서 쓴 것까지만 확인하고

아이의 행동을 받아들인다.


아이의 특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발표만 안 하는 것이지

글도 잘 쓰고 어휘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기가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좀 더 아파봤기에

예전에는 못 봤던 부분이

조금 더 보이기에

이제는 기다려보려고 한다.

아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주려고 한다.


아이가 생긴 대로 자랄 수 있게,

자신이 가진 자기 안의 보물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내 자녀들도,

내 학생들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도록

내게 더 많은 인내와 사랑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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