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마음의 불안이 일렁거려서 그 출렁임을 감당하지 못해 깨어날 때가 있다. 불안으로 일렁인 마음은 잠이 들 수 없어 거실을 나와 배회하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해 본다.
걱정과 불안이 떠올랐을 때를 떠올려 보면 내가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음에 부침이 생기고 관계로부터 상처를 받아 힘들 때 걱정거리가 생기고 불안이 올라왔다. 이 상황이 계속될 때 마음에 구멍이 생긴 것처럼 무엇을 해도 힘들기만 하고 사는 게 버거워졌다. 더 나아가려고 애써도 오히려 늪에 빠진 것처럼 더 깊이 불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불청객이지만 이 불안은 내 심연에서 무엇인가 불편하기에 떠오르는 것이기에 잘 흘려보내려고 한다. 몇 년 전 『데일카네기 자기 관리론』을 읽으면서 걱정에 대한 내 생각과 행동을 많이 고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걱정과 불안에 대한 대응 방법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걱정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이 나의 걱정들도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거친 비바람에도 끄떡없던 아주 크고 튼튼한 나무가 딱정벌레에 쓰러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걱정과 불안이 내 삶 전체를 무너트리는 파괴력을 지녔다는 것이 놀라웠다.
'무시하고 잊어야 할 사소한 일로 속상해하지 말라. ‘사소한 일에 신경 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데일카네기 자기 관리론』-데일카네지 지음, 현대지성
생각해 보면 무시하고 잊어도 될 만한 일들을 나는 곱씹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저 사람이 왜 이렇게 말을 했지?' '그럼 내가 이렇게 했어야 하나?' 이렇게 지나고 나서 곱씹어 생각하는 습관이 나의 정신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하는 습관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었다. 내 머릿속에서 습관처럼 흘러가던 생각 회로들이 걱정으로 내 삶을 끌어갈 때 '잠시 멈춤'을 했다. 진짜 일어날 일인지, 상상 속에서 그 생각들을 키우고 있는지, 통제 가능한 것인지, 통제 가능하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추려졌다. 그리고 현재에 중심을 둘 수 있게 되었다.
자녀들을 위한 걱정이 올라올 때는 자녀들을 위한 기도를 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 올라올 때는 저 학생은 꾸준히 자라고 있으니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해 주어도 아이는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을 생각해 봐도 작년의 문제는 오히려 더 작게 느껴졌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의 눈으로, 교사의 눈으로 너무 크게 보지 않기로 했다.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나아질 수 있게 도울뿐이다.
그리고 학교의 민원이나 교권침해, 도청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 걱정이 올라올 때는 내가 통제 가능한 것만 잘하기로 생각했다. 수업을 열심히 하고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의 역할을 잘하자고 스스로의 기준을 세웠다. 교사로 사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될 것인지, 내 교실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보내는 학교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했다.
무엇보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나 스스로에게 괜찮았는지 물어보았을 때, "응,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려고 한다. 내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나를 잘 살게 하려고 한다. 이렇게 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나아가는 삶을 위해서는 내 마음에 부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마음의 상처는 삶의 구멍이 되어 나아가려 해도 나아가지 않게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걱정과 불안으로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렸을 때는 모든 게 걱정거리고 불안거리였는데 지금의 내겐 처리하면 될 문제로 여겨진다. 어떤 것은 사소해서 지나쳐지고 어떤 것은 생각하며 해결해야 할 정도로 크지만 그로 인해 내게 문제해결력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몰랐을 것이다. 계속 허우적거리며 힘든 발걸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누군가 걱정과 불안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마음의 상처부터 치유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 마음 안에 있는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알아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길 추천한다. 평온한 마음은 나를 어디로든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