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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ul 17. 2023

교사, 교실서 커피 마시면 안 된다?

   

최근 “교사, 교실서 커피 마시면 안 된다... 애들 따라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따르면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매일 커피를 마셔 학생들이 따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커피 마시는 교사, 따라 하는 초등학생’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글쓴이 A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매일 물 대신 커피를 마셔서 그 반 학생 중 한 명이 편의점 커피를 사서 친구들과 조금씩 나눠 마셨다’고 상황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상황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보기는 총 세 가지라고 한다. ‘애들 보는 데서 커피 마신 교사가 잘못했다’, ‘편의점에서 커피 사 들고 온 애가 잘못했다’, ‘각자 먹을 거 먹은 거고 아무도 잘못 없다’ 이에 다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쏟아졌다고 한다. ‘애들이 선생님 따라 커피를 마신다면 선생님 잘못이 맞다’는 댓글의 반응들과, ‘선생님들 숨 좀 쉬게 해 줘라’하는 댓글의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니 ‘이래서 많은 교사들이 이직을 꿈꿀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터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이리 찬반의 논란이 되는 줄은 몰랐다. 교사가 수업하는 중간에 아무 때나 커피를 마셨을까? 아마도 쉬는 시간 틈틈이 피로를 풀기 위해, 목을 축이는 수준으로 홀짝거리며 마셨을 확률이 크다. 나의 경우도 출근을 하면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아침에 미리 텀블러에 담아둔 차를 마신다. 그 차는 때때로 커피이기도 하고, 녹차이기도 하고 작두콩차이기도 하다. 컨디션에 따라 다른 차를 마시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교사가 교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학생들을 잘못 지도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줄은 몰랐다. 교사가 교실에서 행한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뿐이었을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동이나 청소하는 것,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 교실을 정리하는 것 등과 같은 행동들은 왜 따라 하지 않았을까?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가르친다고 교사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통제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이 기사처럼 학교에 민원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러한 민원들을 접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 20년 차 이상의 교사들은 명예퇴직을 하고, 5년 차 미만 교사들은 이직을 위해 의원면직을 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고 바뀌어야 할 제도도 바뀌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단에 남아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저 평범한 평교사로 교단에 서고 있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즐겁고 안전한 배움이 있는 교실을 제공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이 위와 같은 기사들로 인해서 상처를 받고 회피해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저널링을 하고 있다. 저널링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래 저런 민원이 들어와도 민원을 하는 사람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지, 교사가 잘못 가르친 것은 아니야. 아이들은 호기심에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그럴 때는 아이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기회로 삼으면 되는 거야.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무엇이든 배우는 존재니까’라고 나 스스로 정리해 본다. 글을 쓴 학부모는 교사 탓을 하느라, 스스로 생각해 보고 아이의 행동을 잘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오히려 아이는 ‘남 탓을 먼저 해보고 아님 말고’를 배웠을 것 같아서 몹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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