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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17. 2023

"맨날 이렇게 울어요"


체육관 문을 열어두려고 2층에 내려왔다. 체육 수업 시간에 태도가 좋고 언제나 즐겁게 참여하며 밝은 얼굴로 웃는 00이가 동생과 있다.


"체육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목소리를 높여서 인사했다.

"응. 00이 동생이랑 있구나." 

"동생이 00이랑 똑같네. 이쁘다." 하며 동생을 보는데 얼굴이 어둡다.

00이의 얼굴이 난감해짐을 느꼈다.

"아이고, 00이 동생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00이 동생이 찡찡거리며 운다.

혹시나 내가 너무 쑥스럽게 만들었나 싶어서

"00아, 선생님이 동생 아는 체해서 그런 거야?"

"아니요. 맨날 이렇게 울어요."

"아이고, 어떡해. 날마다 울었으면 00이 힘들었겠다."


순간 동생이 저만치 앞으로 간다.

아무래도 뭐라도 주고 보내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젤리 하나를 얻어서 00이에게 전했다.

"00아, 동생 주머니에 넣어줘. 어서 가봐."

동생을 챙기는 00이가 기특하면서도 날마다 우는 동생을 교실로 데려다주던 그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싶어서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부모로서도 자식이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힘든 일인데 5학년 아이가 동생의 우는 모습을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이 무거웠겠다 싶었다. 그래도 언제나 밝은 00이, 참 장하다. 




문득 아침에 만났던 아이가 생각이 나서 기록해 본다. 나도 어릴 때 항상 동생들과 함께 학교에 갔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이 다른 동생들을 참 열심히 챙겼다. 바로 밑 여동생은 소처럼 참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아이였다. 


둘째를 새 학교에 전학시키던 날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며 한동안 마음이 너무 아렸다. 조용히 눈물 흘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뭔지 모를 그 아이의 아픔이 그냥 전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경험의 한 조각을 다시 보게 되나 보다. 00이가 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에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내 딸을 전학시키며 마음 아팠던 날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의 삶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내 삶에서 그와 닮은 삶의 조각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나의 삶의 교집합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애쓰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잘 가꾸며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풀잎마다 천사가 있어 날마다 속삭인다. 자라라. 자라라. 
-탈무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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