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파티쉐 Jul 19. 2020

자본주의는 소유다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돈이 벌어지는 일은 얼마나 신이 날까

   방금 전, 유명한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며 느낀 바가 있어 글로 옮겨 본다.  그는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추천하는 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놀부'라는 닉네임의 인터뷰이는 상당히 젊지만 재력은 살아온 세월의 숫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 했다.

   놀부씨는 말했다.  '자본주의는 소유다'라고.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오늘은 사뭇 다르게 들린 이유가 있다.  하필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시점이니까.


   나는 아직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주택이지만 집을 살 경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해전 경매로 부동산을 구매한 적이 두 번 있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그래서 정부의 이번 부동산 정책의 수혜는 또 나를 빗겨갔다.  쪼오끔~ 아주 쪼오오오오끔~ 아쉽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놀부씨의 인터뷰를 보며 40대 중반의 나이에 아직도 무주택자인 건 열심히 안 살아서는 아닌데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되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소유하면 행복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서.  예전에는(벌써 20년전 인가?) 신문과 TV 공영방송 채널이 내가 보게되는 광고의 전부여서 노출되는 상품도 가격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알다시피 무한대로 쏟아지고 있다.

  무언가를 소유하라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 광고의 홍수속에서 빈털털이가 아닌 채로 살아남기는 힘들다.  나는 어제도 입으면 혈액순환이 잘되어 배와 다리가 슬림해진다는 속옷을 샀고, 방금 전에는 먹고 자면 수면 시간 동안 살이 저절로 빠진다는 다이어트보조제 광고를 클릭했다.  어제도 3층 우리 집엔 택배기사님이 열심히 걸어올라와 물건을 두고 가셨다.

   

   뭔가 소유하면 아름다워질 것처럼, 더 성공해 보이고, 더 풍족해 질거라는 말에 쉽게 현혹당해서  살다가 결국 문득 정신차리고 보면 집은 예쓰(쓰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모양만 예쁜 쓰레기)가 넘쳐나는 쓰레기장이 되어 있다.  그럼 다시 한바탕 난리굿을 치며 '미니멀리즘'을 선포하고  안 입는 옷가지며,  무드등 같은 자질구레한 소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한다.  그러나 며칠이 채 지나지않아 넋놓고 홈쇼핑 광고를 보고 있다.


Photo by Luca Laurence on Unsplash


둘째, 생산적인 소유와 소비적인 소유가 있다는 걸 몰라서.  앞서 말한 경우는 소비적인(돈을 버리는) 소유이고, 놀부씨가 말한 건 생산적인(돈이 되는) 소유이다.  그러니까 놀부씨의 경우는 돈을 작게 모으든 크게 모으든 자기 수준에 맞는 부동산을 소유해 둔다.  그게 꼭 아파트가 아니고, 오피스텔이던 건물이던 땅이던 상관없다.  현재 시세가 5만원인데 굳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6만원에라도 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얼마에 샀던간에 부동산은 오르기 때문에 샀을 당시의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된다.    특히 집같은 경우는 '필수재'라서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한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가게를 운영할 당시 최고의 애로사항은 '초콜릿이 기호품'이라는 것이었다.  삼시 세끼는 늘 먹어야 하니 식당은 기호품을 파는 디저트가게보다는 조금 형편이 나을 수 밖에 없다.  초콜릿을 단순히 기호품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홍보에서 가장 힘쓴 부분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일부만 성공했다.  위로가 되었던 내 가게의 핫초콜릿 한 잔이 간절히 생각난다며 가끔 연락을 하는 단골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늘 옆의 청국장 가게나, 돈까스뷔페 사장님이 부러웠다. 


   어쨌거나 생산적인 소유란 건 그걸 통해 다른 재화나 능력을 창조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생산보다는 소비에 집중을 하고 살았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이런 차이를 알게 됐다는 게 조금 슬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일인 것을.  현재는 생산적인 소유 그러니까 '창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  놀부씨처럼 자본으로 자본을 낳는 일 이외에도 무자본으로 자본을 낳는 방법도 있으니까.

   물론 몇 십년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매일 사는 걸 삼 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이면 생산적인 소유를 할 힘이 조금 생기지 않겠나 기대해 보며 '지금 구매'버튼 대신 '장바구니'를 클릭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방랑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