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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Aug 14. 2017

연애를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이유

어릴 적부터 나는 누나의 멘토 역할을 하곤 했다.

너무도 이성적인 난 지극히 감성적인 누나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나눌 대상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누나가 나의 생각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던 부분 중 하나는 연애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연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연애의 시작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제공했다.


누나와 나의 연애에 대한 결정적 견해의 차이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연애의 시작이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연애는 암묵적으로 그 끝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그것은 온전한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누나의 주장이었다.


너무도 이성적이었던 난,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사랑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믿었다.

그러기에 사랑의 결과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없는 연애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누가 옳다, 틀리다, 어떠한 생각이 더 가치 있다 이야기할 순 없다.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고 사랑에 대한 방식과 해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 불가능한 연애, 헤어짐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연애의 시작이 이제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누나와 나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되던 연애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30대가 된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누나의 가치관에 설득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결혼이 불가능한 연애, 다시 말해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연애, 헤어짐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이제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보다 누군가와 헤어짐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는 사랑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에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랑이라 하여 늘 헤어짐의 순간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별이 동반할 고통이 두려워, 받을 상처가 무서워  

사랑을 주는 것을,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나를 바라보는 게 더 이상은 싫은듯하다.    


내가 연애를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이유, 
사랑이 주는 행복의 크기보다 이별이 주는 아픔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결혼으로 마무리된 연애만을 우리는 성공한 연애라

헤어짐으로 마무리된 연애는 실패한 연애라 정의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헤어짐을 예정한 관계를 더이상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온전할 수 없는 관계가, 사랑이 더이상 내키지 않는다.


내가 연애를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이유

내가 누군가를 쉽게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사랑이 주는 행복의 크기보다 이별이 주는 아픔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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