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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Aug 13. 2017

타인에 의해 쓰여진 하루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넓은 카페 한 구석에 연인이 마주 보고 앉아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오늘 하루의 기억을 SNS에 써 내려가고 있다.


잠시 후 자신의 SNS에 달린 수많은 '좋아요'와 사진 아래로 쓰여진 댓글에 만족해하며,

오늘의 데이트가 성공적이었음을 공식화한다. 


우리는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의 삶에 반응한다.


나의 하루를 SNS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기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홍수라 불릴 만큼 SNS 매체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은 설립한 지 10년 만에 10억 명이 넘는 회원과

전 세계 시총 5위라는 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SNS에 일상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오늘의 행복한 하루를
소중한 다른 이와 공유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신의 하루를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쓰기 시작한 이유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SNS를 통해 나의 소중한 일상을 남겨두기 위해,
나의 삶의 가치를 다른 이와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에는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삶을 공유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들은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턴가 내 삶의 가치는 다른 이들이 써 내려간
작은 한 줄의 댓글에 의해 정해지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오늘의 삶은 SNS라는 시험대에 올라 타인에 의해 쓰여진 댓글과 반응을 통해

그 가치가 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많은 '좋아요'와 긍정적인 댓글을 받은 나의 하루는 가치 있었다 쓰여지고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나의 하루는 그냥 그렇게 쓰다 버린 나무 조각이 되어 의미 없는 일상으로 기록된다.


언제부턴가 나의 삶의 가치가 다른 이들에 의해 쓰여지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고

그렇게 쉽게 쓰여진 온라인 속 글들은 나의 하루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나의 삶의 행복이 객관적으로도 가치 있기를 꿈꾼다.

그래서 타인의 의해 쓰여진 나의 하루에 대한 평가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이들이 가치 있다 말해주는 하루는 나 또한 가치 있다 여기고,

다른 이들이 반응하지 않는 하루에 대해서는 나 또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 하루의 가치를 직접 써내려 갈 순 없을까,
그 누구도 관심 없는 하루였다 해도
내가 소중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 하루의 가치를 직접 써 내려갈 순 없을까
다른 이들이 관심 갖지 않았던 나의 하루라도 내가 그 순간이 행복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오늘이 가치 있었으면 타인의 그 삶을 가치 있다 써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가 아닐까

그렇게 내 삶의 가치를 내손으로 써 내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원래 내 삶은 나의 것이기에

누군가가 내 삶이, 나의 오늘이 좋았다, 좋지 않았다 정의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렇게 나만의 삶을, 나만의 가치를 담아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다른 이들도 그 삶이 좋아 보였다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내 삶의 작은 이야기들을 스스로 써 내려가 보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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