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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Sep 22. 2017

부모라는 이름의 길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갓난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있는

젊은 부부를 멀리서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아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들은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을까?


세상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나의 아이에게 
난 어떤 부모의 모습으로 기억될까? 


조금은 이른 고민일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해본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무엇인지, 난 그런 좋은 부모 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세상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나의 아이에게 난 어떤 부모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KBS에서 방영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에

송일국이 세 쌍둥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모습이 나온 적이 있다.

세 쌍둥이와 치과를 가기 위해 문 앞을 나서는 순간 둘째 민국이는 문 앞에 있는 손수레에 올라타

소화전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뺏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첫째 대한이는 현관문 앞에서 번호키를 만지며

안 하던 문단속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치과에 가야 하는 아빠는 이제 그만하고 나가자고 아이들을 다독이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짜증을 부리며 말을 듣지 않는다.

화가 난 송일국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래 아빠가 시간을 갖고 기다려줄게 너희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그리고 몇 분 뒤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다가와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이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춰주고,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같이 바라봐주는 그런 모습으로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싶다.


그 장면은 내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의 곁에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것저것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며 걷는 아이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춰주는 것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함께 바라봐 주는 것

그들이 스스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그런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향해 바라는 것은 어쩌면 동일할지도 모른다.

내가 걸어온 험한 길이 아닌 조금은 쉬운 길을 걸어갔으면,

내가 겪은 삶의 시련과 고난을 할 수만 있다면 겪지 않고 살아갔으면,

아직은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잘 모르기에 보다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라는 존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부모의 역할은 빠른 길, 쉬운 길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험한 인생길 속에서 넘어지고 쓰러져가며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그 길을 걷다 지친 아이에게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는 것    

그렇게 자신의 삶을 넉넉히 견디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의 길, 어쩌면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넉넉히 견딜 수 있도록
한걸음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바라는 모습이 아닌 아이를 하나의 소중한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아이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    

부모가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조언할 뿐 결정지어주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 소중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믿음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쉽게 쓰러지지도, 방황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굳게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믿음에 더욱 부응하기 위해 더 꿋꿋이 그 길을 견딘다.

부모의 길, 어쩌면 가야 할 바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을 

뒤에서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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