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든 자본, 흔들리는 기둥

정책의 신 – 시즌 5-2: 공존의 경계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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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산업단지 외곽에 위치한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테크’.
이곳은 20년 넘게 현대·K차에 부품을 납품해 왔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주문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명신테크의 대표 김병관은 자주 G팡 이미래 팀장에게 SOS를 보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낡은 회의실 의자에 기대앉아,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 팀장, 말이 쉽지요. 우린 지금… 중국산 부품이 들어오면 납품단가보다 싸요.
거기다 품질도 70점은 넘는다니까. 고객들이 슬슬 눈치를 줍니다. 바꾸자고.”

이미래는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중국업체는 어디입니까?”

“칭리자동차. 작년부터 슬그머니 들어왔는데,
가격은 우리보다 30% 저렴하고, 납기일도 빠릅니다.
알고 보니 G팡 물류망을 통하지 않고, 자체 보세 물류망을 이용하더군요.
세금도 안 내는 구조로 보이고요.”

“편법이네요.”

“맞아요. 하지만 이 구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중소기업만 죽어가고 있어요.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이미래는 차창 밖으로 바삐 움직이는 작업자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러 갑니다.”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정책의 실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중국 자본의 침투가 이미 산업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제조업, 물류, 금융, 심지어 렌트사업까지요.”

이나라 대통령은 조용히 보고서를 넘기다 손을 멈췄다.

“공공부문 침투도 있군요. 전기차 충전기 납품, 도시 공공 와이파이 구축…”

정책의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단순 진출이 아니라, 한국 업체와 협업을 가장한 지분 매입,
그리고 위장 투자를 통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습니다.”

이나라는 손을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열린 시장’을 구호처럼 외치며,
실질적 보호 없이 시장을 내주는 꼴이 되는 건가요?”

이미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국내 기업들을 위한 정책 방어벽,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국제 거래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책의 실장이 정리해 발표했다.

“저희가 제안드리는 1차 대응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대응책 (내부 보고 초안)

해외 자본의 국내 지분 취득 실시간 감시 체계 구축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단가 보호를 위한 디지털 세이프가드법 추진

공공 발주 사업에 외국계 위장법인 배제 규정 신설

G팡 중심 중소물류기업 네트워크를 공공-민간 협력 플랫폼으로 확대

대통령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시장을 열되, 국민과 산업을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 울타리는 담이 아니라, 공존의 경계선이 되어야 하고요.”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지금부터는 국가전략회의를 통한 정책 입법 준비로 들어가주세요.
G팡의 현실은 곧, 한국 경제의 미래 단면입니다.”

이미래는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니야.
한국의 자존감과 생존이 걸린 문제야.”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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