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신 – 시즌 5-1: 공존의 경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한복판, G팡 본사 회의실.
새벽부터 내려앉은 먹구름은 유리창을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미래 팀장은 아침 7시,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회의실 정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스크린엔 중국계 유통 대기업 ‘타이융’의 한국 내 사업 확장도 현황이 떠 있었다. 물류 센터 4곳, 라이브 커머스 방송 스튜디오 3곳, 국내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계약 리스트까지—그야말로 ‘정면 돌파’였다.
잠시 후, 팀장 6명이 하나둘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들 대부분은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다.
“팀장님, 이게 전부 사실입니까?”
IT기획팀의 정태영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일 뿐 아니라, 예상보다 6개월은 빠릅니다. 타이융은 이미 쿠팡의 물류 속도를 넘기 위한 자율 배송 테스트까지 마쳤습니다.”
이미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회의 안건은 딱 하나입니다.
G팡이 2년 안에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 이게 가정이 아니라, 경고라는 겁니다.”
물류 운영팀 김세연 팀장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국내 배송 만족도 1위이고, 소비자 충성도도...”
“그게 문제야.”
이미래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브랜드 충성도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이기지 못해. 그게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야.”
스크린이 바뀌며 한 슬라이드가 드러났다.
《한국 시장을 침투 중인 중국계 기업 리스트 및 투자 현황》
자율주행 렌터카 진출 : 차이리엔
반도체 납품 유통망 확보 : 화디전자
가전 직거래 쇼핑몰 론칭 : 징메이코리아
로컬 자영업 배달 서비스 출시 : 따쥐마켓
“저들 중 절반 이상이 단가 덤핑으로 국내 중소업체를 가격 경쟁에서 탈락시켰어요.
게다가, 정부 규제 회피를 위해 한국인 명의로 위장법인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말을 마친 마케팅팀 이혜민 팀장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이미래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정확한 전략입니다.
‘중국 기업 = 나쁘다’는 논리가 아니라,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분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녀는 작은 리모컨을 눌러 마지막 슬라이드를 띄웠다.
《생존 전략 세 가지》
1. 공공영역 침투 감시 및 차단법 마련
2. 중소기업 연합체 플랫폼 구성으로 국내 경쟁력 결집
3. 정부와의 정책적 협업 라인 구축
“이번 주 안에 각 팀은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실현 가능한 안건을 만들어 와 주세요.
실패하면, 단순히 G팡이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한국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모두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 뒤에는 ‘이 싸움은 시작됐고, 아직 질 수는 없다’는 결의가 묻어 있었다.
이미래는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이건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야.
국가가 어떻게 전략을 짜고, 보호하고, 공존을 설계할지가 달린 문제야.”
그리고, 그녀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다이얼링 된 이름은 단 하나.“정책의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