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차별 사이, 정책의 균형

정책의 신 – 시즌 4-5: 공존의 조건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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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민정책국 내부 회의실.
이나라 대통령과 정책의 실장은 고요한 긴장 속에서 발표 자료를 마주하고 있었다.

“2025년 기준, 공식 체류 외국인 250만 명. 비공식, 즉 불법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300만을 넘었습니다.”

슬라이드엔 붉은 그래프가 치솟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측된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법무부 과장이 말을 이었다.
“단속은 더 어려워졌고, 지역 사회에서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 신고가 작년보다 2.7배 늘었습니다. 반면, 차별 신고도 동시에 늘었죠.”

정책의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인권과 치안을 동시에 놓고 줄타기를 하는 겁니다.”

며칠 후, 대통령은 서울 외곽의 한 ‘비인가 외국인 쉼터’를 찾았다.

불법 체류자 중에서도 체포나 추방을 피하려 은신 중인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저… 여긴 기자들한텐 말하지 마세요.”
쉼터 운영자 박수진 씨가 말하며 대통령을 안내했다.

“왜 숨으십니까?” 이나라가 조심스럽게 묻자,
한 캄보디아 여성은 조용히 답했다.
“일했어요. 임금 못 받았어요. 고용주는 신고한다고 했어요. 난 그냥 아이랑 살고 싶어요.”

무허가 취업, 임금 체불, 신고 협박, 불법 체류…
대통령은 한숨을 쉬었다.

정책의는 별도로 만난 공장 사장들과의 좌담회에서 불만을 정리했다.

“합법 외국인 고용하려면 행정이 너무 복잡합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도 느립니다.”
“그러니 편법을 쓰게 되죠. 당장 기계는 멈추지 않잖아요.”

정책의는 회의 직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가 비용과 절차만 내세우며 공장을 도덕책으로 몰아세우면, 불법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다음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새로운 이민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우리는 더 이상 외국인 노동을 ‘불법과 용인’ 사이의 회색지대로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1. 외국인 노동자 합법 고용의 행정비용을 줄이겠습니다.

2. 불법 고용은 엄격히 단속하되, 구조적 원인부터 바로잡겠습니다.

3. 외국인 근로자도 지역주민처럼 보호받고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정착 점수제’를 도입합니다.”

기자석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하지만 이나라의 눈빛은 단호했다.

“차별과 방임, 그 어디에도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우린 함께 살아가야 하며, 그 방식은 규칙과 공감, 그리고 용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날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각 부처에 ‘한국형 지속가능 이민 정책 종합계획’ 작성을 지시했다.

문제는 여전히 많았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공존은 이상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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