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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Jan 14. 2023

Birth of ZION

지온이의 존재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 갈 준비를 한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예정일을 조금 넘기고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해서 유도 분만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이미 한참 전에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짐도 다 싸두었기 때문에 아침 준비가 가벼웠다. 나 역시 병원에서 하루 이틀 머무를 옷가지와 세면도구만 챙기면 되었기에 모든 준비는 30분 만에 마쳤다.


7시가 되기 전에 산부인과에 도착하고 아내는 유도 분만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남편은 30분 정도 밖에서 대기하란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30여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준비가 오래 걸리는지 8시 반이 되어서야 들어가게 되었다. 아내는 출산을 위한 관장을 끝내고 진통과 태동을 기록하는 기계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촉진제를 맞고 있지만 진통이 시작되지는 않았는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 옆에 앉아서 손과 발을 마사지해주며 상태를 체크해 주는 것이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지 아내가 조금씩 힘들어했다. 출산이 머지않은 건가 하고 긴장을 했지만 아내는 금세 여유 있는 표정을 되찾았다. 그런 아내를 보니 나도 안심이 되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아내의 상태를 체크하러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이 올 때 쪽잠에서 깨며 나 역시 아내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통이 오지 않아서 진통이 오기 전까지 계속 마사지해주고 졸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시가 다 되었던 것 같다. 틈틈이 아내를 격려하며 상태를 체크하던 의사 선생님은 딱히 진통이 오지 않자 5-6시까지만 상태를 지켜보고 내일 다시 시도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5시 즈음 양수가 터지고 이전과는 다른 진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5시 40분에는 분만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분만실에서의 진통은 본격적이었다. 아내가 내 손을 꽉 잡는 강도가 세졌고 힘겹게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내진을 할 때는 너무 아프다고 하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3년 전 여름휴가 때 운동화만 신고 한라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던 초보 등산러 아내가 발이 아프다며 울고 난 후 두 번째 울음이었다. 서러워 보였고 힘겨워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등이 아프다는 아내의 말에 손바닥을 아내의 등에 갖다 대고 마사지해주며 격려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8시 즈음이 되었을 때 내진을 하던 간호사 선생님이 이제 출산을 준비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이의 머리가 조금씩 보인다고 했다. 아내는 힘겨워 하긴 했지만 무통주사를 맞은 덕에 마음의 준비를 할 기력이 있어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간호사 선생님 여럿이 들어와 출산 준비를 위한 세팅을 하고 의사 선생님까지 들어왔다. 나도 파란색 비닐 가운을 입고 임박한 출산 준비를 마치고 아내의 머리를 넘겨주며 격려했다.


분만실 안 모두가 아내의 진통 타이밍을 기다렸다. 진통이 오면 아내는 있는 힘껏 몸을 당기며 힘을 주었고 그 바람에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그렇게 여서 일곱 번을 반복하자 아이의 머리가 나왔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8시 56분 출산이라고 선언했다. 의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서 몸까지 전부 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출산 준비 직전에 아내가 아이가 태어나면 울 것 같냐고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했다. 아내와 결혼을 하던 날, 신혼집에 들어가 둘이서 살게 되던 날, 그때도 처음 겪는 일이라 가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다. 얼떨떨하고 새롭기만 했을 쭌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이 두근거렸을 뿐이다. 아이가 깨어나면 울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두근거린다고 했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어떤 목소리를 갖고 있는 아이일지 너무도 궁금했던 지온이와의 만남이 두근거릴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온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아내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떨렸고 간호사 선생님의 품에 안겨 우는 지온이를 바라보니 환희가 느껴졌다. 탯줄을 자르며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맙다는 눈인사를 건넸다.


간호사 선생님이 지온이를 아내의 품에 안겨주었다. 아내가 “지온아” 하고 부르자 지온이가 아내의 목소리를 기억했는지 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나도 “지온아”하고 부르니 아직 팅팅 불어 떠지지 않는 눈을 꿈틀거렸다.


지온아, 반가워.

엄마랑 아빠가 너에게 주는 이름은 뜻 지, 따듯한 온을 쓰는 ‘지온’이야.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 따듯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도할게. 너로 인해 엄마 아빠, 그리고 지온이의 출산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은 벌써 마음이 따듯해지고 있어. 지온이가 따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너를 따듯하게 보듬어 줄게.

사랑해 지온아. 계속 너를 사랑할 거야.

우리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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