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묵묵한 해설자 Nov 11. 2024

바보라서 그래

분노를 넘어 내면의 평화를 향하여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봤자
기분은 좋아지지 않는다.


출근을 하는데 고함소리가 나서 보니 팀장급 두 명이 윗사람에게 끌려가 탈탈 털리고 있었다. 소리 지르고 위협해 봤자 무섭지도 않은데 왜 저러는 걸까 하면서 슬쩍 자리를 피해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나: 지금 사무실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 났어
남편: 바보라서 그래. 그러다 암 걸리지


남편은 늘 한결같이 저렇게 말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화내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진짜 바보이며 실제로 암에 걸릴 것이라 진심으로 믿고 있다. 저 말을 듣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리는데, 자극적이진 않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팩폭을 하는 느낌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난 큰소리를 내며 화를 내는 것은 질색이다. 남들이 내게 그러는 것도 싫고, 내가 그러기도 싫고, 남들끼리 소리 지르는 것을 보기도 싫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내 회사에는 적지 않게 있어서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직간접적으로 함성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적엔 지금과 비슷하게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이었으나, 20대 시절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던 시기가 있었다. 소리를 지르면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어느 날 고함으로는 화가 풀리지 않아 들고 있던 커피를 바닥에 던졌고 -청소를 해야 하긴 했으나- 기분이 후련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또 소리를 질렀는데, 뭔가를 집어던지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다. 자극에 길들여지면 점점 더 큰 자극이 필요하듯, 분노를 고함으로 표출하다 보니 점점 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엔 뭔가를 집어던져야 성에 차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내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인지한 나는 그때부터는 소리 지르는 것을 자제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예전의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을 되찾게 되었다.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부를 뿐,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봤자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런데도 자꾸 소리를 지르는 것은 그런 행동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소리 지르는 습관을 고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심호흡이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집중해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다 보면 어느새 분노를 잊어버리게 된다.


심호흡을 하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바보 같아 보이기 싫고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1. Unsplash, 2. pixy, 3. Everyday Health



이전 04화 아니 그게 아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