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말이 주는 힘
예측 불가능한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의 말은 큰 위안을 준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려는데 핸드폰을 찾을 수 없었다. 전화를 해봐도 꺼져 있고, 어딘가에 들어가서 배터리가 나가버린 것인가? 잘 생각해 보니 지난 금요일 남편의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온 이후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식당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 같다고 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자기가 전화를 해보고 찾아오겠다고 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남편은 “별거 아닌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쿨하게 답했다.
나는 남편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좋아한다. 따뜻하게 진심 어린 말투로 말하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한 번은 왜 맨날 저렇게 말을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남편은 저 말이 자기가 잘못했을 때 남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하는데, 다들 혼내기만 하고 괜찮다는 사람은 없으니 자기라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면 본인의 기분이 약간이라도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히 핸드폰은 식당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따라 핸드폰이 꼭 필요한 일이 있어서 남편이 점심시간에 회사로 가져다주었다. 왕복 한 시간이 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 때문에 힘들어서 어떻게 해? 괜찮아?"라고 물어봤더니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대답을 했다.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건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는 뜻이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은 약간의 긍정적인 평가도 들어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괜찮지 않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쩌겠냐는 표현인 것이다. 자기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핸드폰을 찾는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내 회사로 갖다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 화를 내는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사실 ‘그럴 수도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심각한 일들도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일일 뿐, 화를 내서 돌이킬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다. 화를 내는 것은 내가 화를 낼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화가 났음을 전달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그저 일시적인 감정의 만족(?)을 얻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안 좋은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남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기 바라면서도, 정작 남들에게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득 차 있고,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내가 위안을 얻는 것처럼, 나도 남들에게 긍정적인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서로가 좀 더 나은 분위기로 지낼 수 있게 되고,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의 평안한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 볼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이미지 출처: 1. Monsters, Inc. © Disney/Pixar, 2.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