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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Nov 04. 2024

느리게 걷기

속도를 줄이고 삶의 의미를 찾다

우리의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잠시 발걸음을 멈추자.


아프리카 탐험대가 일주일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현지 인부들을 고용했다. 3일쯤 지나자 인부들이 짐을 내려놓고는,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하루를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이 급했던 탐험대는 돈을 더 주겠다며 이동을 설득했지만, 인부들은 고개를 저었다. 탐험대는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는 그들이 왜 멈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인부들은 “몸이 너무 빠르게 이동한 탓에 우리의 영혼이 몸을 따라오지 못했다. 하루 쉬면서 영혼이 뒤따라올 시간을 줘야 한다" 라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책의 제목이나 전체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나에게 저 말이 큰 울림이 있었기에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느긋한 편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느긋해 보였는지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지금이야 직장생활을 하니까 느긋할 여유조차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마음의 여유는 좀 더 있는 편이다. 몸도 여유롭고 싶지만 그건 뭐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느리게 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빨라야 한다는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각자에게 맞는 속도를 찾고 그 속도로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세상은 내 속도에 맞춰 걸어가는 것을 허용해줄 만큼 너그럽지 않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도산공원 앞에 ‘느리게 걷기’ 라는 카페가 새로 생겼다. 도산공원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그 카페의 이름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럴듯한 이름과 달리, 막상 그 카페는 ‘느리게 걷기’의 의미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 보일 정도로 바쁘게 드나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목적지만을 보고 빠르게 정상에 도달하려 하지만 나는 천천히 걸으며 산의 풍경을 마음에 담는 편이 좋다. 그러다 보면 나를 밀치듯 빠른 걸음으로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발견하게 되는 작은 기쁨은 그 속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인데, 그보다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성취감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진정한 느림을 경험하고 싶으면 DMV로 가면 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나아가는 느린 걸음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작은 행복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빠르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나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소박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느린 걸음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느리게 걷는 것은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질서와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다. 바쁘기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영혼이 몸을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하며 나만의 속도를 잃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느리게걷기"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WiebBzh7tu4?si=gEwnBm_es_LZzuak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별을 기다리는 너에게


이미지 출처: 1. iStock, 2. iStock, 3. “Zootopia” ©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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