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부정
내가 결혼하려면 너가 나쁜x가 되어야 해
내게는 10여년 간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친구들 A(별로인애)와 B(예쁜애)가 있었다. A에게는 대학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졸업 후 얼마 안 있어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A의 남자친구가 B(예쁜애)에게 연락을 해서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고, B(예쁜애)는 즉각 거절하고 나에게 말을 했다. A에게는 자존심이 상할까봐 말하지 않고, 내게는 추후에 생길 수도 있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한 것이었다.
누가 봐도 B(예쁜애)가 A의 남자친구에게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 친구는 얼굴도 예쁘지만 속이 깊고 의리가 있어서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날 리가 없었고, 객관적으로도 A의 남자친구가 B(예쁜애)를 만날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반년쯤 지난 뒤, A는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B(예쁜애)는 그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알고보니 A의 남자친구가 저 사건을 완전히 반대로 B(예쁜애)가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을 했고, A는 화가 나서 B(예쁜애)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A의 남자친구 입장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먹해진 A와 다시 만나려고 하는데, 만약 B(예쁜애)에게 접근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미리 선수를 쳐서 반대로 B(예쁜애)가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때 A가 진심으로 B(예쁜애)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접근했다고 믿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다. 10년이나 알고 지낸 예쁘고 속 깊은 친구가 갑자기 자신을 배신하고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접근을 한다? 이게 말이 되겠는가?
A로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남자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마라, B(예쁜애)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결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결혼하더라도 계속 앙금을 쌓아둔 채로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남자친구의 말을 그대로 맏고 B(예쁜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B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면, 남자친구와의 결혼에 아무런 장애물은 생기지 않는다. 물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편함이 있을지 몰라도 당장의 결혼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A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다. 즉, 다시 그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은데, 그 남자친구가 자기 친구에게 접근했었다는걸 인정하면 결혼하기 힘이 드니까, 그냥 현실을 부정하고 B(예쁜애)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친구와의 관계는 끝이 나겠지만, 그래도 A에게는 결혼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편에서 계속]
이미지 출처: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