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과 짝을 이루는 말로 ‘주인의식’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 것이 아닌 뭔가를 내 것처럼 여기며 남보다 앞서 먼저 행동하여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라는 말인데, 과연 이런 것이 조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어릴 때 학교에서라면 몰라도 성인에게는 볼썽사나운 행동일 수 있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은 남의 것이지,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여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여기며 소중히 한다는 것은 어른의 세상에서는 주제넘게 행동하는 것으로 여겨질 뿐, 주위 사람들에게는 피로감만 더하는 일이고, 주인의 입장에서도 썩 달가운 일이라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당신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나 주주들이며, 당신은 그저 고용된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조직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사람을 고용하며 능력과 중요도에 따라 급여를 주는 것이니 그저 받는 만큼만 일하면 충분하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수동적이고 게을러 보이는가? 당신이 적어도 몇 년이라도 조직에 몸을 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받는 만큼 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 것이다. 받는 만큼 일을 한다는 것은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며, 시키는 것이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인 것이 직장 생활의 현실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영혼까지 갈아 넣어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큰 소리로 으쌰으쌰 하기 이전에 우선 당신이 할 일부터 완벽하게 처리하기를 권한다. 자신의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소음에 불과하며, 그런 소음을 당신의 동료들이 듣고 따라줄 리 만무하다는 것쯤은 당신도 잘 알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