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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Dec 13. 2024

나서지 말고 본분을 다하라 (1)

솔선수범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일하는 경우를 못 봤다.


솔선수범이란 남보다 앞서 먼저 행동하여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된다는 뜻으로, 초등학교 시절 솔선수범은 커다란 미덕으로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이에게 솔선수범을 할 만한 일이나 있었을까 싶지만, 아무튼 반장으로 대표되는 ‘무엇이든 앞장서서 하는 아이들’이 솔선수범을 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금 자라서 중학생이 되자 솔선수범은 더 이상 미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앞장서서 뭔가를 하는 것을 선생님은 좋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아이들은 그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애’란 꼬리표가 붙기 십상이었다. 그런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기피의 대상이 되었고, 솔선수범하며 이끌만한 대상조차 주위에 남지 않게 되어 버렸으며, 결국 조용한 외톨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직장 생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장님들은 솔선수범하는 직원을 좋아할지 몰라도(반드시 이런 것은 아니다), 동료들은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며, 같이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솔선수범을 하려는 눈치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다가는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왕따가 되어 버리고 만다.




드라마를 보면 조금 모자라 보이는 직원이 넘치는 에너지로 열정적으로 일을 해서 주위 동료들을 하나씩 감화시키고, 외부 인사들까지도 감화를 시켜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데, 현실의 직장인 중에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엄청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지금까지 15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은 직접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유일하게 내가 아는 케이스라면 샐러리맨의 신화’라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 정도일 텐데, 그 시대는 고도성장기로 정주영, 이병철 회장 같은 사람들이 맨땅에서 대기업을 일궈내던 때라서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는 지금처럼 고도의 분업이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컴퓨터도 없이 수기로 모든 것을 처리하던, 일당백의 용사들이 말 그대로 몸을 갈아 넣어 성과를 내던 ‘열정의 시대’였다. 그러니, 그걸 지금 기준으로 그대로 받아들여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꿈도 아닌 망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직 내에는 큰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얼마 못 가서 현실을 깨닫게 되지만, 특히 신입사원들 중에서 남들보다 큰 목소리와 몸동작으로 눈에 띄게 행동을 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무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사람들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조직에 별 도움도 되지 않고, 본인들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데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진리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사실이다.


[2편에서 계속]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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