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잘해주면 잘 따르고, 고양이는 잘해주면 손을 할퀴고, 사람은 잘해주면 마음을 상처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잔인한 말 같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이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우선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뭔가를 해 주려면 감사를 기대하지 말고, 그냥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기대를 하다가는 실망만 하게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대감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호의를 베풀기만 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인간인 이상 화가 나게 되어 있고, 더 이상 좋은 사람으로 살기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그것을 상대가 권리인양 받아들이고 행동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지 깊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다. 한번 좋은 사람으로 인식이 되고 나면 사람들의 기대치는 하늘로 쏘아올린 로켓처럼 한없이 높아지게 마련이며,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내것을 조금 챙기는 정도만 해도 “저럴 줄 알았다. 가식이었다.” 라며 욕하기 마련이다.
굳이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쁜 사람만 되지 않아도 그것으로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착한 사람이 되려 애쓰지 말고 조금은 힘을 빼고 눈치보지 말고 살도록 하자. 싫은게 있으면 간접적으로라도 표시를하고, 만약 그것조차 어렵다면 최소한 억지웃음은 짓지 마라. 싫은걸 뒤에서 불평하거나 속앓이를 하기보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밝히면 당장엔 불편할 수 있고, 상대방도 실망을 표시하거나 떄로는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다음부터는 분명히 조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평판이 약간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억지로 참으며 썩소를 날린다고 해서 당신에게 좋을 것은 전혀 없다.
착한 사람이 되려다 아프고 병든 사람이 되지 말고, 적당히 착하고 때로는 거절도 하면서 건강한 사람이 되도록 하자.
[End]
이미지 출처: Raphael, The Sistine Madonna, 1512–1513,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