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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Nov 22. 2024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마라 (1)

호의가 관계의 위계를 형성하는 이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적어도 호의를 권리처럼 여기진 않을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는 말이 있다. 잘 대해주는 것을 누구나 좋아하고 처음에는 고맙다고 하지만, 그런 것이 반복되면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감사는커녕 더 달라고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정말 착하고 경우에 밝은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타인의 호의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일을 처리하거나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당신이 호의를 반복해서 베풀게 된다면, 그 대상은 착하고 경우에 밝은 소수가 아닌 뻔뻔하고 이기적인 다수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것이므로, 이는 곧 상대방과 당신이 갑과 을의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만약 아직 갑과 을이 명확하지 않다 하더라도, 곧 갑을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호의가 을의 위치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너무 좋아해서 당신이 갑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호의를 베풀 수도 있고, 혹은 당신이 정말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푼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압박감에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라면 아마도 이런 상황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호의를 베풀 때 상대에게 뭔가를 기대하게 된다. 즉,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마저도 자녀가 자신들의 호의를 알아주고 감사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처럼 비슷한 수준의 뭔가가 돌아오기를 바라진 않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내 기대에 부응한 반응이 없을 경우 일정 부분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고,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호의를 베푸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운다. 이 가르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받을 것을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푼다면 정말 훌륭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지금 나는 호의를 베푸는 문제로 조직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이 호의를 베풀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훌륭한 성품의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이 장은 그냥 건너뛰어도 좋다.


혹시라도 기브 앤 테이크를 상대가 바라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뭔가를 갚으려 할 것이며, 적어도 호의를 권리처럼 여기진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 역시 어릴 적부터 계속해서 들어온 가르침이기도 하고, 이 정도는 인간관계의 기본 상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대체 왜 이런 상식이 무시되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아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2편에서 계속]


이미지 출처: Raphael, The Sistine Madonna, 1512–1513,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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