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
처음부터 나를 해치려 작정하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얼마 전 ‘끝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중 한 출연자의 딸이 보낸 편지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아빠 편이야”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볼 때, 딸의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말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흔적이 엿보였고, 그 출연자에게 논란이 될 만한 사연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리고 내 예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으며, 그 출연자의 방영분은 편집을 당하게 되었다.
그 출연자의 논란과 사생활에 대해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딸의 편지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진 특별한 힘을 보여준다. 비난과 논란 속에서도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는 힘 말이다. 이는 가족 관계를 넘어, 인간관계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사례로 다가온다.
그 출연자의 딸은 무조건 아빠를 좋아할 어린아이가 아니라, 이미 아빠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20대 이상의 성인으로 추정된다. 그런 딸이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 편"이라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모습을 통해, 평소 잊고 지내기 쉬운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딸의 저 말은 무조건적으로 아빠를 감싸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자신에게는 진심이었음을 믿고 지지해 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비록 아빠 때문에 피해와 상처를 받았을지라도 너그럽게 아빠를 바라보고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는 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나를 해치려 작정하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만약 해를 가하더라도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의미와, 해치려 다가왔더라도 실제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된다는 의미가 모두 들어 있는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대부분 의도치 않게 일어난다. 처음부터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며, 성공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결국 딸의 편지는 우리에게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사람은 나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의도적이지 않은 실수는 용서할 수 있는가?"
딸의 모습처럼 그 해답을 사랑과 신뢰로 찾아간다면, 우리는 더 따뜻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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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1. iStock, 2. 끝사랑,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