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세일러문과 웨딩피치를 보면 큰소리로 외치고 나서 변신을 하거나 공격을 했다. 어릴 때는 마냥 재미있었지만, 조금씩 학년이 올라가면서 ‘몰래 공격하는 게 나을 텐데 왜 큰 소리로 외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이 풀리기 전 나는 더 이상 그런 만화를 보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잊고 지내게 되었다.
얼마 전 남편이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큰 소리로 “데라웨아 스마시(델라웨어 스매시, Delaware Smash)”라고 외치며 공격을 하는 것을 보고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 남편은 어릴 적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의외로 단순한 답이 나왔다. “아무 말 안 하고 공격하면 싱거워서 보는 재미가 없잖아.”
회사에도 자꾸만 혼잣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못 들은 척하는데도 “자 이제 일을 시작해 볼까”, “점심은 뭘 먹지”, “아, 진짜 미치겠네" 등의 말을 하루에도 수차례 큰 소리로 한다. 그럴 때마다, 나라도 반응을 보여야 하나 싶고 불평해서 '제발 누가 뭐라도 대답 좀 해줘'라고 마음속으로 빌게 된다.
어린이들은 큰 소리를 내면서 놀고, 그네나 미끄럼을 조금 터프하게 탄다 싶으면 “여기 좀 봐!!!”라고 소리를 지른다. 자기들 딴에는 대단한 일이라 생각을 해서 자꾸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 큰 어른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혼잣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이 든다.
마치 만화에서 그러는 것처럼, 그냥 혼자 할 일 하면서 조용히 있으면 사람들이 재미없어 할까봐 그런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런 혼잣말에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 테니 말이다.
내가 발견한 저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꾸 인싸가 되려고 노력을 하는데,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다들 피하니 외로워서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꿋꿋하게 혼잣말을 계속하는 걸 보면, 혼자서라도 뭔가를 외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나 보다 싶다. 어쩌면사는게 힘들고 외로워서혼잣말이라도 하며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 마음이야 알겠지만 나도 그런 혼잣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마디 하고 싶다. 특히 오늘은 하루종일 궁시렁거리는데 너무나 거슬려서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뭐라 말은 못 하겠으니, “데라웨아 스마시!!!”라고 크게 외치면서 한방 날려주는 상상이나 해야지…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