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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Nov 23. 2024

겁쟁이여도 좋다

겁이 많아서 참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겁쟁이로 산다는 것은 두려움을 마주하며 그 속에서 평화를 선택하는 용기다.


미국법인에서 일을 할 때 이웃집에 참전용사 아저씨가 살고 계셨다. 미군 출신으로 여러 번 파병을 가서 중동 전쟁에 참전하여 직접 전투를 치렀고 훈장도 여러 개 받은 분이었다.


한번은 그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는데, 참전 이야기를 하시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 하셨다. 실례를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가면 죽을 수도 있는데 무섭지는 않으셨냐고 여쭤봤더니 이렇게 대답하셨다. “당연히 무서웠지. 매번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어. 겁이 없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해.”




저 말씀을 듣고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죽음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용기라 생각했으나, 두렵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진짜 용기가 아닌가 싶었다. 생각해 보면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나사가 한두개 빠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고, 주위 사람들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도 상사에게 언성을 높이고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할 말을 다 하는 전사와 같은 사람들이 간혹 있다. 잘잘못을 떠나,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보인다. 참전용사 아저씨의 말씀처럼 저들도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내심이 부족하고 두려움도 없어서 화를 내는 것일까? 뭐가 되었건 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늘 불편함과 두려움 같은 것이 있다.



나는 그리 용기있는 편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두고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할 말을 한다”고 좋게 말한다. 뭐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 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소신이 있고 심지가 굳어서 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분란이 생기는 것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다가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되어서야 말을 하는 겁쟁이일 뿐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큰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지만, 불편함을 참고 가만히 있는 것은 겁이 많은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감내하면 평화가 찾아오기에, 나는 이런 인내심이 용기보다 더 중요한 성품이라 믿고 싶다. 전사와 같은 사람들은 내가 가진 종류의 인내심을 가지기 어렵지만, 인내심을 가진 나는 때때로 -비록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용기가 있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으니 겁쟁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겁쟁이로 산다는 것은, 두려움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그 두려움 속에서 평화를 선택하는 또 다른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큰 소리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퇴근해 버린 상사를 대신해, 용기를 내어 야근을 한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겁쟁이여도 좋다"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MdNJxNrrzGc?si=4iJeqCcyJfbYVrON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별을 기다리는 너에게


이미지 출처: 1. “Coward” © Corey Croft / Fly Pelican Press, 2. "300" © Warner Bros. & Legendary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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