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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Dec 02. 2024

세상을 지탱하는 사람들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모두가 하고싶은 일만 한다면 세상은 유지될 수 없다.


요즘은 각종 SNS에서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곧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말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저런 글 아래에는 부동산 가격 폭락을 기원하는 댓글들이 잔뜩 달려 있다.


진짜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논외로, 난 저런 글을 보면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회수를 올리려면 강하게 말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런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면 어쩌나 하는 마음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폭락을 기대하다가 반대로 폭등을 하여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면 직장을 때려치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맞지 않는 일을 그만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하고 있다” 정도로 말하는 반면, “언제까지 싫은데 억지로 회사 다닐래? ‘나처럼’ 회사 때려치고 하고 싶은걸 찾아봐”라며 강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것이니 저런 정도는 괜찮은 것 같지만, 후자의 경우 상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한 번 그런 상황을 가정해 보도록 하자. 다들 판검사, 의사, 변호사, 교수, 프로운동선수, 연예인 등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만 갖고,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 것들 중 상당부분은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청소부가 없으니 길거리가 더러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농부나 어부도 기피하는 직업에 속하니 아마 음식을 먹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남의 밑에서 단순업무를 할 사람이 없을 테니 군대에는 병사가 없어질 것이고, 식당이나 상점도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며, 집에서 앉아 택배로 빠른 배송을 받는 일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허드렛일을 미화하여 “그런 궂은 일이야말로 세상을 밝게 만드는 귀한 일이다”라는 입에 발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며, 본인이 인지하건 못하건, 원하건 원하지 않건간에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졌더라도 대부분은 비슷한 일들을 반복해야 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평생 불만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을 보고 부럽게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빛나는 순간만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빛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루하고 하기 싫은 일들을 감당해왔을지는 생각하지 않고 좋은 순간만 바라보고 있으니, 부러울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정밀기계 제작업체인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이라 일컬어지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지루한 일을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인생을 보다 가치있게 만드는 진정한 능력이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이, 지루하고 반복된 일에 지쳐 탈출하고 싶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힘과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세상을 지탱하는 사람들“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CJFnJKApp4Y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별을 기다리는 너에게


이미지 출처: 1. vectors , 2.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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