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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Dec 04. 2024

퀄리티 타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함께 한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전 직장 상사분이 페이스북에 딸과 함께 미국 여행을 하는 사진을 올리셨다. 따님이 올해 가을에 미국 대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땡스기빙 브레이크동안 미국에 방문해 함께 여행을 하셨다고 한다.


그분께 들은 이야기 중에서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 자녀들이 3~4학년쯤 처음으로 아이 둘과 셋이서 캠핑을 가셨다고 한다. 하필 그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캠핑도 못 하고 근처에서 민박을 하고 돌아오셨는데, 집에 와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어제가 평생 최고의 날이었다” 고 말하는 걸 보시고는 사모님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하셨다고 한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비 때문에 망한 캠핑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아빠와 함께 한 최고의 시간인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이다.


저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아니라 사모님을 그만두시게 한 것이 너무 황당해서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여전히 자녀들과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를 쎄게 눌러 드렸다.



요즘은 사람들과 만나도 각자 폰을 들고 할 일(무슨 할 일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지만)을 하는 광경이 많이 연출된다.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특히 심각한데, 한 자리에 모여 말없이 폰만 들여다보다 헤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 집에 사는 가족들 역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따져 보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있더라도 각자 자신의 일만 한다면 진정한 의미로 함께 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함께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마음을 나누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의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의식적으로 퀄리티 타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며, 때로는 소중한 이에게 작은 관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퀄리티 타임이 될 수 있는데, 왜 그런 것을 등한시하거나 미루게 되는 것일까? 짧은 대화를 통해 속마음을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바쁜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관계에 있어서까지 효율성을 따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짧은 순간들이 모여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뒤로 미루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퀄리티 타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별한 일을 하거나 멀리 떠날 필요 없이, 그저 소중한 사람과 대화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사랑과 신뢰가 깊어지고, 함께 나눈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나도 가족들에게 미뤄뒀던 관심을 기울이며 대화를 하고 싶은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가 말을 하면 다들 잘 듣지 않고, 말을 하라고 해도 잘 하지 않으니 쉽지가 않다. 이런 걸 보면 가족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삶에 큰 위안이 되지만, 가깝기에 오히려 소통이 어려울 때도 많은 것 같다. 나도 일을 그만둬야 하나...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퀄리티 타임"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yqY7nrZBIms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별을 기다리는 너에게



이미지 출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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