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묵묵한 해설자 Dec 03. 2024

호의를 권리로 여겼을 때

선의는 소중히, 감사는 끊임없이

호의는 어디까지나 호의일 뿐, 그것이 당연한 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가 황당한 일이 있다며 네이버 블로그 링크를 보내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어떤 와인바에서 손님(블로그의 주인)이 가져가 서빙을 맡긴 와인을 허락도 받지 않고 한두잔씩 몰래 따라서 마시는 것을 들켰는데, 하필 손님이 변호사였고, 법적인 해석을 곁들여 그 와인바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ecko0718&logNo=223679895726&navType=by



인스타 링크까지 올리진 않겠지만, 한잔 주는 것이 예의라는 둥, 잘 해줘도 뭐라 한다는 둥 업장을 옹호하는 댓글들도 인스타에는 많이 있다. 업주 역시 그런 댓글들에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톤으로 답글을 달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남의 것을 주인 몰래 먹었다’는 것이고, 주인의 동의 없이 몰래 와인을 따라 마시는 관행은 들어본 일이 없다.




최근 회사에도 이와 비슷하게 팀원 한 명이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여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주는 이유는 적절하게 사용하라고 준 것이지 마음껏 낭비를 하라고 준 것이 아닌데도, 마치 자신의 권리인 양 흥청망청 쓰다가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문제가 되었고, 경영진의 질책을 받고 나서야 일이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저런 사람들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잘못을 깨달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애초에 저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약 모르고 계속 그랬다 하더라도 문제가 벌어지고 나면 진심으로 뉘우치며 일을 수습할 것이다. 하지만, 저런 유형의 사람들은 “억울하지만 너가 기분나빴다니 사과는 해 준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선의에서 시작된 일이 반복되어 상대방에게 권리처럼 인식되는 순간, 그 관계는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한두 번은 감사하며 받던 것도 어느새 당연시하게 되고, 더 이상 주지 않으면 불만을 품는 상황이 된다. 이는 결국 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부담을 느끼거나 심지어 착취당했다는 기분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호의는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그것이 남용되거나 당연시된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정도로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호의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주는 사람은 자신의 선의가 남용되지 않도록 적정선을 유지해야 하며, 받는 사람은 항상 감사의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작은 감사의 표현이 큰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쌓일 때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음을 명심하며 한 가지 원칙을 정하면 좋을 것 같다.

 “선의는 소중히, 감사는 끊임없이”—이것야말로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는 길일 것이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호의를 권리로 여겼을 때"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3aZ5aDGPZ_0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별을 기다리는 너에게


이미지 출처: talkrou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