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할 사람은 말 안해도 변하고
변하지 않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다.
중학생인 아이가 시키지도 않은 세차를 하겠다며 흙먼지가 잔뜩 묻은 남편의 차를 물걸레로 박박 문질러서 기스가 잔뜩 생겼다. 애가 울먹이며 잘못했다 했고, 남편은 인상을 쓰고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하고 말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기스 따위는 아랑곳 않은 채 애를 안아주며 차가 깨끗해져서 고맙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한숨을 통해 분노를 표현하면서도 괜찮다는 말로 용서를 하는 모습은 현실의 부모로서 보일 수 있는 최선의 반응으로 보였다.
남편이 20대 시절 "변할 사람은 말 안 해도 변하고, 변하지 않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으니 굳이 뭐라 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선배에게 들었다고 한다. 정작 그 선배는 저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은 저 말이 마음에 남아 지금까지도 기억하며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남편 선배의 말대로 아이에게 왜 그랬냐, 다신 그러지 말라며 잔소리를 해봤자 교육적 효과는 없고 반감만 살 것이다. 그런 것을 몰라서 부모들이 잔소리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변화를 바라긴 하겠지만 별 기대감은 없을 것이다.
직장생활 가운데서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차를 긁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긁히는 입장이 되기도 하는데, 저런 이벤트 없이 일주일을 버티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을 한다.
아무리 말해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팀원이 있는데, 나도 그가 변하리라는 기대를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잔소리를 해 봤자 내 기분만 나빠질 뿐, 얻는 것이 없으리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내 속좁음 때문일 것이다.
다음번에는 나도 잔소리 대신 인상을 쓰고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하면 그 팀원이 조금은 나아지려나? 글쎄.. 내 기분은 조금 나아질 지도..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나는 왜 잔소리를 하는가"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a6824bOvM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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