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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Mar 16. 2023

그날

몇 년 전의 그날이 생각난다.

심야의 작은 속삭임 마저

흉포한 괴물이 되었던 날들.

심장이 멈추길 바라면서도

숨이 멈출까 두려움에 떨던 날들.

잔뜩 웅크려 입과 코를 막고

물의 아가미로

뭍의 호흡을

갈망하던 날들.


그때는 완연한 심해 속에서

보이지 않는 수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한 점만 끈질기게 응시하니

나도 모르는 새 너른 해변에 닿아있었다.

얼굴에 쏟아지는 햇귀는 환희 그 자체였던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이윽고 미래가 되어버릴 그날들.




그대로 어둠에 침잠하라.

손과 발을 묶어 바위와 함께 가라앉아라.

터질 듯한 심장을 멈추고 고요에 응답하라.

회색의 흐리멍덩한 눈동자만을

중천 너머의 그곳에 두어라.

시계에 잡히지 않는

찰나의 하양이

광명으로 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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