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VGA Que UTG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SIVGA & Sendy Audio
시브가와 센디오디오는 우드(자연), 전통, 장인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이어폰/헤드폰 전문 브랜드입니다. 무선보다는 유선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엔트리급부터 프리미엄급까지 모두 아우르는 다양한 금액대와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반 브랜드 시브가와 프리미엄 브랜드 센디오디오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두 브랜드가 그리는 이상향은 똑같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브랜드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약간의 변화는 주는 편인데 이 브랜드는 목표가 한결같고,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계속 방망이 깎듯이 묵묵하게 제품을 만들어서 장인정신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립니다. 이런 뚝심있는 브랜드가 있어야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의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기도 하고, 제품 자체도 꽤나 제 스타일에 맞아서 마음 속 깊이 응원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 Que UTG
Que는 까치라는 뜻입니다. 이 브랜드는 모델명에 새 이름을 주로 붙이는데요, 이것도 자연을 강조하는 브랜드 컨셉의 일환입니다. 그 전에 출시된 모델들을 살펴보면 Anser(회색기러기), Nightingale(밤꾀꼬리), Luan(중국 신화의 새), Robin(미국지빠귀), Oriole(꾀꼬리)가 있습니다. 직원 중에 분명 새 전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각 새의 특징을 반영해서 모델명을 정했을텐데, 구글 검색 결과로는 연결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본사에 직접 물어봐야되겠군요.
Que는 시브가의 엔트리급 유선 이어폰입니다. 이어폰의 핵심인 드라이버, 드라이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동판의 소재가 바뀌어 Que UTG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원래 Que 모델은 107,000원이었는데 Que UTG는 137,000원이 됐습니다. 드라이버 하나로 이렇게나 금액이 많이 뛰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이 드라이버의 성능이 뛰어난데다 소재 자체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UTG는 Ultra Thin Glass로, 겁나게 얇은 유리를 사용해서 진동판을 만들었다는군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네요. 진동판 재질 중에 비금속이 사용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유리는 처음보는 듯합니다. 생각해보니 여러개의 유리잔에 서로 다른 양의 물을 채운 후 문질러 연주하는 영상 같은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진동판으로 못쓸 이유도 없을 것 같아요.
전작 Que에는 베릴륨 코팅 드라이버가 사용되었지요. 베릴륨은 최상급 드라이버 재질이라 알려진만큼 코팅되었다 해도 엔트리 등급치고 꽤나 고급 사양이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나은 소재로 만들어진 진동판이 사용되었다니 대체 어떤 소리가 나길래 라는 의심과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디자인과 마감
전작 Que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전통과 우드의 미를 살려 유행타지 않는 클래식 디자인이라 생각되고요, 쉘은 아연 합금으로 변화가 없지만 페이스 플레이트 재질은 메이플에서 남아메리칸 샌달우드로 변경되었습니다. 시브가의 설명 키워드 중 하나가 '장인정신'인 만큼 모든 제품들이 하나같이 철두철미한 마감으로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브가 제품들의 마감은 언제나 감탄을 부른단 말이지요.
거기에 더해 시브가는 우드와 메탈을 적절히 섞어 금액를 훨씬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합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이어폰 마감 소재는 합성 수지(아크릴, 플라스틱)인데, 우드와 메탈은 둘 다 고급소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가 자체도 비싸고 가공하기도 더 까다롭죠. Que UTG는 시브가에서 엔트리를 담당하고 있는만큼 가격이 낮지만 역시 우드와 메탈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비슷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의 이어폰에 비해 확실히 더 고급스럽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만듦새와 디자인에서 모두 굉장한 상향평준화를 이룬 엔트리급 차이파이 브랜드 사이에서도 대단히 모범적인 사례가 시브가라고 생각합니다.
- 사운드
10개월 전 제가 작성한 Que 리뷰 제목이 '구수한 전래동화같은 따뜻함과 포근함'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를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었는데요, 이번 Que UTG 역시 큰 틀은 같습니다. 그러나 속으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전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정반대의 성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변경점은 크게 3가지로 1) 현대적인 사운드이고 2) 눈에 띄게 해상력이 증가하였고 3) 고음을 포함한 공간 연출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과거를 지향하는 모델이라고 했으면서 바로 현대적인 사운드라 하다니 도대체 뭔소리냐 싶을텐데,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납니다. 현대적인 사운드를 과거의 사운드가 에워싼 채 동시에 들려주거든요.
이 브랜드는 의도하는 바가 확실하고 정확하게 그걸 드러내는 편입니다. Que UTG의 핵심은 '유리'입니다. 유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투명하고 깨끗한 사운드가 기본이 됩니다. 시브가 사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주력 무기라면 역시 섬세하고 고운 고음역대입니다. 차이파이가 대부분 고음이 중점이라 이 브랜드의 고음도 싸잡아(?)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일반적인 차이파이 브랜드의 고음은 일렉기타의 고음, 시브가 / 센디오디오의 고음은 바이올린의 고음이라 결이 좀 다릅니다. 거듭 강조한대로 이 브랜드는 '자연'적인 음을 추구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고음 표현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여러 모델에 걸쳐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료와 튜닝으로 가는 길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고운 고음에 도달하는 것을 보면, 모로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참 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에는 이 고음이 좀 드센 느낌이 있어서 듣기에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최신 제품으로 갈수록 매끄럽게 가다듬어주고 있습니다. 시브가에 호감을 갖는 분들이 많아질 수 있는 좋은 변화입니다.
보통 유리라고 하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약한 내구성을 떠올리실겁니다. 여리여리하고 가녀린 음선 말입니다. 그러나 Que UTG의 유리는 '방탄 유리'입니다. 전체적인 소리의 느낌이 아주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이전 모델인 Que의 경우 풍성한 울림과 여유로움이 강조되는 타입이었는데, 꽤나 타이트하게 변경된 것입니다. 유리의 속성을 떠올려보면 탄성이라든지 반탄력 같은 것이 있으면 이상하겠지요?
시브가의 여러 모델들 중 대부분이 고음 비중이 높지만, 저음 비중이 높은 제품들도 간간히 등장합니다. 대체적으로 금액이 낮을수록 저음 비중이 높은 것 같고, 금액을 더 쓸수록 시브가가 자랑하는 고음의 참맛을 들려주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들 각각의 음역대 비중이야 다를지 몰라도 자연적인, 굉장히 아날로그스러운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만큼 자연 악기 - 클래식 장르의 매칭도가 아주 훌륭합니다. 다만 이 제품은 엔트리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장르 대응력이 좋은 편입니다. 이전 Que 모델은 올라운더로 추천하기에 어려운 성향이었는데, 이번 Que UTG는 올라운더로서의 자질이 출중합니다. 과거 대히트한 시브가의 M200 오픈형 이어폰과 꽤 비슷한 성향이라 호불호가 거의 없을겁니다.
Que UTG가 등장했으니 이전 모델인 Que가 단종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격과 사운드 컨셉이 명백히 다른지라 본사에서도 같이 판매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대체적으로 UTG 버전의 점수가 높지만 확실히 Que 모델만이 가진 옛날 감성의 맛이 분명 있긴 있단 말이지요.
- 블랙 이어팁 / 클리어 이어팁
이어팁을 변경함에 따라 음역대별 밸런스가 바뀐다는 느낌보다는 소리가 전달되는 느낌과 공간을 어떻게 채우고 있느냐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랙 이어팁은 소리를 면 -> 공간으로 광범위하게 펼치면서 채우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울림도 더 강해지고 소리가 부드럽게 표현됩니다. 클리어 이어팁은 반대로 면 -> 점으로 소리의 집중력을 높이면서 직관적이고 강렬하게 사운드를 몰입시키는 느낌입니다.
시브가 고유의 느낌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좀 더 편안한 느낌을 갖겠다면 블랙을, 좀 더 집중력 있는 느낌을 갖겠다면 클리어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블랙 이어팁은 좀 더 이전 Que 모델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따라서 이 UTG 라는 버전에 더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클리어 이어팁이로군요.
- 최대한 저렴하게 높은 클래식 완성도를
이 얘기는 시브가가 언급될 때마다 제가 빼놓지 않고 하는 거긴 합니다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시브가의 특징들 - 우드(자연), 전통, 장인정신 - 이런 것에서 바로 연상되듯 이 브랜드는 클래식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클래식 장르에 한해서라면 다른 어떤 브랜드도 가성비로 이길 수 없다는 확고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 사실 클래식에 엄청 조예가 깊거나 즐겨 듣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째서 클래식이 음악 장르의 왕이라 불리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장르는 재생하기 까다로운 속성을 다수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화 자체가 안됩니다. 그런 면에서 시브가는 '이어폰/헤드폰 참 잘 만든다' 라고 평가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Que UTG는 이 브랜드의 엔트리급 제품인 만큼 클래식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잘 소화하는 훌륭한 미끼상품입니다. 역시 미끼 상품의 가성비는 훌륭하군요. 전작 Que보다 훨씬 더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