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꽃이야
누군가를 향한 불만과 안타까움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사람 쉽게 안 변해."
그런데 최근에 문득 그 말이 누군가의 장점을 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원래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지금의 단점이 나아지리라 기대하는 게 무리라면, 그만큼 사람마다의 장점도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누군가의 단점이 변화되지 않아 슬퍼하다가도, 그 사람의 장점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우리는 좀 더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
화장실에 적힌 한 글을 봤다.
'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을까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완벽한 사람이 너무 많은데 저는 보잘것없고. 불공평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요즘 계속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네요.'
요즘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듯한 학우의 마음이 느껴졌다. 무표정으로 화장실을 드나드는 많은 이들 중에 이토록 우울한 마음을 품고도 속 시원히 표현하지 못하고 무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또 표정 없이 밥을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역지사지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일이 쉬웠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조용하고 평화로웠을 것이다.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기에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 보인다'던 분의 느낌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타인의 삶에 들어가 보면 사실은 마냥 행복하고 잘나고 걱정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역지사지에 서툴지만 그렇다고 힘든 일은 다 나에게만 닥쳐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주변의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 대화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이 큰 힘이 되는 듯한데 그렇게 치면 대면 없는 의사소통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 가족, 우리 현대인은 그런 대화를 길게 나누고 위로받기엔 참 불리하다.
맛난 음식, 예쁘고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호응을 얻는 게 대부분이고 당연하기도 한 SNS상의 소식들을 보며 '이들은 늘 이렇게 행복하구나'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오해. 사진 밖의 삶, 어려움을 쉬이 상상해 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
정말 당연하지만 그러한 오해와 판단은 당연하게도 현실과는 분명 다르며, 그로 인해 슬퍼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빛남과 특별함과 동시에 어려움과 아픔도 함께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좋은 것만 몰아서 가지고 있거나 악조건만 몰아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마냥 좋아 보이는 이들을 향한 치기 어린 "세상은 그래도 공평해!"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진리로서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며 비교를 통한 불행의 끝에는, 글쎄, 더 나은 삶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때 화장실에 글을 적었던 학우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늘이 지나가고 안녕한 나날을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