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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치 Jan 20. 2022

[홍콩이야기 4] 코비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왜 강아지는 괜찮고 햄스터는 안 되나요?

이틀 전 내가 사는 홍콩에서 추적할 수 없는 델타 변이 코비드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왔다. 새로 발견된 코비드 양성 확진자는 우리나라의 명동이라 볼 수 있는 코즈웨베이라는 지역의 애완동물 샵에서 일하는 직원이었고, 전수 검사 결과 애완동물 샵의 햄스터 몇 마리에서 같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동물 - 사람 간의 감염이 정확히 증명된 것이 아니지만 홍콩 정부는 '방어적인 조치' 차원에서 홍콩에 현재 들어와 있는 햄스터 2,000여 마리를 모두 폐사시키기로 결정했다.


뉴욕 타임즈에 난 홍콩의 햄스터 폐사 결정 관련 기사. 뉴욕 타임즈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캡쳐했다

기사를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특히 처음 기사를  매체 같은 경우 일부러 자극적인 기사를 싣는 것으로 유명한 매체였던 지라 혹시 조회수에 목이 말라 이런 말도  되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유력 일간지 앱을 열었고 그곳에는 역시 같은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반나절이 지난   뉴욕 타임스에도 같은 기사가 떴다. 다음 , 우리나라 일간지에도 역시  기사가 올라왔다. 폐사 대상의 햄스터는  애완동물 샵에 있는 햄스터들 뿐만이 아니라 1 7 이후 홍콩에 들어온, 그리고 사람들이 구매를   햄스터도 포함했다.  말인즉슨 집에서 행복하게 햄스터를 가족으로 맞은 사람들(아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에게서 햄스터를 다시 압수(?)  모두 폐사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은 즉시 정부의 결정에 대하여 비난을 했고, 어제 아침부터 죄 없는 햄스터들을 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이 펼쳐졌지만 발 빠른 홍콩 정부는 이미 샵에 있는 햄스터 2,000여 마리 들을 모두 폐사시켰다고 발표했다. 1월 7일 이후 햄스터를 데려 간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애완동물을 정부의 손에 내놓아야 했으며, 이 애완동물 샵에 들렀던 150명의 사람들(+가족들) 또한 모두 정부 격리 시설로 보내졌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한 공장 단지 같은 곳에서 햄스터들이 폐사가 되었다는 사진 기사가 떴다. 흡사 홀로코스트가 연상되는 사진이었다.


애완동물에 귀천이 있겠냐마는 아무래도 우리에게 햄스터보다   친숙한 애완동물은 아마 , 혹은 고양이  것이다. Pet shop이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쓰기는 했지만 요즘은 ‘애완이라는 표현도 금기시되고 있다.  또한 '애완'이라는 단어를 적는 내내 불편했다. 반려견, 반려묘, 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이미 사람이 아닌 털이 많은 우리의 친구들(hairy friends, 영어적 표현이다) 이미 우리의 생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만약  직원이 강아지로부터 감염 의심이 되었더라면? 고양이로부터 라면? 만약 정부에서 갑자기 나와 생활하고 있는 강아지를 데리고  안락사를 시키겠다고 한다고 했을  이를 선뜻 내줄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스운 일이지만 실제로   전에 그런 케이스가 있었고 당시 홍콩 정부는 강아지들에 대한 폐사는 시키지 않겠다고 결정했었다.  햄스터의 목숨이 강아지의 목숨보다  쉽게 포기될  있었던 걸까.  130여개 국가의 입국은 막으면서 상황에 따라 중국 본토-홍콩간의 문은  수도 있다고 한다. 혼란스럽다.  어떤  되고 어떤  안되는 .


어딜가나 한적한 요즘의 홍콩. 야경은 예나 지금이나 화려한데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괜히 을씨년스럽다

이미  2 전부터 홍콩 정부는 5 코비드 사태를 선포했다.  또한 추적할  없는 오미크론 케이스 하나에서 비롯이 되었다. 모두  어이없어했지만 우리는 지난 시위를 통해, 그리고 코비드를 대하는 정부의 공권력을 통해  정부가 어디까지   있는가를 똑똑히 보았다. 어찌했든 남의 나라에 얹혀사는 우리로서는 이에 적극적으로 저항을  방안이 없다. 혹자들은 그래도 이렇게 강력한 정부 정책 덕분에 너네들은 안전히 살고 있지 않냐 한다.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실제로 홍콩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작은 섬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처음엔  바이러스 자체가 공포였고,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델타 변이가 나왔다.  이후로는 오미크론이 나왔다. 중국의 강력한 코비드 제로(covid zero) 정책 덕분에(?!) 안전한 섬나라 유배 생활을 한 지 벌써 2 째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코비드는 절대로 종식이   없다는 .  망할 놈의 바이러스는 어떻게든 변이를  끝까지 우리 곁에서 기생해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  와중에 코비드 제로 정책이라니. 이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바보 같은 정책인지 우리 모두 알고 지만 이미 중국 정부의 철저한 영향력을 받는 홍콩 정부는 이를 거부할 힘이 없다. 시키니까 하는 거고, 까라니 까는 거다. 피해를 보는  매일매일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들이다.


오미크론의 유입에 대해서도 정부는 자가격리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케세이 퍼시픽 파일럿 하나를 잡아 족치기로 결정을   같았다. 일이 발생했을 때 누구를 싸잡아 몰아가는 것이야 말로 제일 하기 쉬운 짓이다. 가장 저급한 짓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때문에 이게  망한 거야, 나는  잘했는데  사람 하나가  망쳤다. 나를 잘못한 그와 구분 짓고 그에게 책임을  넘기는 순간 나는 잘못에서 해방이 된다. 하지만 그리고 그렇게 핏대를 세우며 누군가를 숙청(?)하고 나도 똑같은 일은  터진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원래 비슷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는 법니다.


사실 누가 봐도 오미크론이 홍콩에 들어오는  시간문제였다. 홍콩에 사는 우리들은 오미크론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이에 홍콩에서는 사실 코비드 확진자를 만나 보는  또한 하늘의 별따기이다.  지인들 중에서도 코비드에 걸렸던 이들이 더러 있지만 모두  유럽/ 미주 거주자들이다. 홍콩 지인들 중에 코비드 확진된 이를  아직도  명도  적이 없다. 나도 케이스를 실제로 보거나 듣거나   없기 때문에 ‘카더라통신에 의존해야 하지만, 내가 꾸준하게 들을 정보에 의하면 오미크론은 기존 바이러스들에 비해 훨씬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 한다. 특히나 부스터 샷까지 맞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정말 감기처럼 며칠만 앓고 지나간다 하니 혹독한 부작용을 치르면서도 악착같이 맞은 백신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얼마  뉴스 아티클  바이러스 학자의 사설을 읽었더랬다. 바이러스 또한 자신도 소멸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종국에는 숙주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아직은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간의 변이 추이를 보면 코비드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자신의 치명성을 줄인대신 숙주(사람들)() 계속 살아가는 진화 방식을 선택한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변이가 되어 갈수록  심각성은 줄어들되 정말 옷깃만 잠시 스쳐도 전염이 되는 파급력을 늘렸다는 것이다. 꽤나 그럴듯한 주장이라 흥미롭게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친구들과 밥 먹는 일상이 사치가 될 줄 누가 알았나. 소소한 일상이 더 이상 소소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우리들

대의(greater good) 위해 개개인의 자유를 포기할  알아야 한다.  말을 철석같이 믿은 우리들은 2 동안 홍콩에 갇혀 어느 곳을  때마다 체온을 재고,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정부 앱을 스캔하고, 백신 패스를 기꺼이 보여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전에 친구들과 중국 내 현금 사용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적이 있더랬다. 나와 네덜란드 친구는 현재 중국 본토에서 거의 no 현금 정책으로 어딜 가나 신용카드, 또는 가상 결제 수단을 이용해 결제를 시키는 것이 심각한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 이야기했다. 언뜻 보이기에 너무 편리해 보이지만 이는 결국 정부에게 내가 어딜 가고, 누구와 어디에서 만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를 시키게 되고, 이로 인해 정부 또한 개개인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너무 쉬워질 것임을 우려했다. 우리의 말에 싱가포르 친구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으면 정부가  생활을 봐도 뭐가 문제가 되냐는 입장이었다. 자신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자신을 하루 종일 감시해도 상관 없다고 했다. 나와 네덜란드 친구는  쪄서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부 통제가 심한 나라  하나인 국가에서  친구에게  사생활을 숨길 자유와 정부는 통제의 주체가 아니다 라는 콘셉트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리에 앉기 전 손을 소독하고, 목에 사레가 들려 기침이라도 하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 미안해한다. 2명에서 밥을 먹으라면 2명끼리만 밥을 먹고, 6시 이후로 나가지 말라 하면 6시 이후 집에만 앉아 있는다.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고 친목 도모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은 죄인이 되는 세상이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로봇같이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가능한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무섭다. 진짜 도대체 이 이상으로 뭘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예쁜 첫 조카는 이모 맘도 모르고 하루가 다르게 부쩍 부쩍 자란다. 조카를 위해 천, 실 색상, 컬러까지 하나 하나 골라 싱가포르부터 공수해 보낸 조카를 위한 첫 선물 ♡

코비드 전까지만 해도 출장, 개인 휴가를 합치면  달에   꼴은 비행기를 탔었던 듯하다. 도합 4개의 신경치료를 해야 했을 때는 2주에  번씩 금요일 저녁마다 한국으로 날아가 토요일마다 신경치료를 받고는 일요일  비행기로 홍콩에 돌아오던 적도 있었더랬다. 참고로 당시에는 우리나라 국적기, 해외 항공사 편을 합쳐 홍콩-서울  1시간에  4 정도의 비행 편이 있었고, 이에 성수기가 아닌 이상 세금까지  합쳐  10~15 원으로 홍콩-서울 왕복 티켓을 끊을  있던 때이니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느덧 한국에   지도 2, 물론 개개인의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지금 홍콩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함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엄마가  주는 맛있는 밥도 먹고 싶고, 소셜 미디어에 한창 올라오는 로제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다. 올해 태어난 귀여운 조카도 보고 아기 냄새도 킁킁 맡고 싶고 동생이랑 수다 떨며 밤도 새우고 싶다. 거창한  하고자 하는  아닌데.. 이제는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꿈꾸는 것이 죄악이라 치부되지만  오늘도  죄악을 꿈꾼다. 한국 도착해서 자가 격리 14, 홍콩에 돌아와 자비 호텔 격리 21. 그리고  격리 중간 6번의 PCR 검사, 격리  2  자체 격리 기간(집에서 격리 권고. 최대한 사회활동도 자제되며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들에서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게 한다), 그리고  2 동안   번의 PCR 검사.   모든   자신이 없어 오늘도 홍콩에 앉아 있다. '엄마, 너무 보고 싶다.' 글을 썼다 지운다.  그래도 요즘 유달리  그리워 하는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애꿎은 카카오  영상통화 버트만 만지작 거린다. 가슴이 먹먹하다.


- ‘[홍콩이야기 4] 코비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끝 -







더 빠른 실시간 홍콩 생활기는? 인스타그램: kimjiyeonkim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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