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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May 29. 2020

생각 thinking

생각, 실체 없는 애증의 또 다른 나...

'생각'이라는 실체 없는 녀석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다. 다만 가끔 괴롭다.


그 녀석은 종종 머릿속에 꽉 들어차 나의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언어활동을 방해하고,

안정적인 일상의 패턴을 놓쳐버리게 만드는 황당한 녀석이다.


또 때로는 심장에 기어들어가 규칙적인 들숨날숨을 어렵게 만들고,

스스로 깜짝 놀랄만한 말과 행동을 저지르게 하는 당혹스러운 녀석이다.




뒤죽박죽 실체없이 떠도는 생각 녀석들...




새 노트에 '새 글'을 쓰고 싶은 구 때문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이틀 후 연락을 받았다.

그러자 '생각'이란 녀석은 순식간에 내 머릿속과 심장을 꽉 채우고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한 팝콘 같은 상태로 만들었다.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그 녀석이 활개 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생각'이라는 실체 없는 이 녀석을 붙잡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작은 수첩을 꺼내고 펜을 들었다.

'생각'이라는 실체 없는 녀석을 붙잡는 방법은 '글 text'이라는 실체 안에 가두는 것이다.


이 녀석은 영리해서 쉽사리 붙잡히지 않는다.

생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예리함'이라는 그물을 팽팽하게 쥐고 뒤죽박죽 떠다니는 생각들을 낚는다.



쓰고 싶은 글의 키워드, 목차, 소제목, 에피소드 따위가 나의 '예리함'이라는 그물에 낚인다.


오늘 잡아 올린 녀석들은 더 큰 녀석을 잡기 위한 밑밥이 되기도 하고,

어울리는 소스를 곁들여 '문장'으로 가공되기도 할 것이다.


실체 없는 '생각'이란 녀석에게 '글 text'이라는 실체의 옷을 입혀주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나를 닮았다.


미운 녀석, 웃긴 녀석도,

냉정한 녀석, 다정한 녀석도...








어쩌면 '생각'이라는 녀석은 '내 안에 실재하는 수많은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실체 없는 녀석을 붙잡는 '글쓰기' 내 안의 수많은 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러니 비록 미운 나, 불완전한 나를 발견하더라도 그들 또한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독여 줄 일이다.


싱싱하게 낚아 올린 '생각'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브런치'라는 군침도는 내 식탁을 채워가야겠다.



베레카 권




브런치라는 군침도는 내 식탁을 차려내기 위해 싱싱한 생각을 낚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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