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르고트 May 31. 2022

'진실한 한 끼'라는 밥상을 차리며

매일같이 편의점 음식을 먹다가

매일같이 편의점 음식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바쁘니까, 싸니까, 혼자 먹으니까.


핑계는 많았지만 밥을 잘 챙겨 먹는 게 귀찮았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편의점 음식 발전사의 산 증인이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엔 편의점 도시락이 ‘진실한 한 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실한’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한 한 끼가 정말 거기까지였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나를 여기까지 걸어오게 해 준 한 끼들,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쯤 수저를 쥐어주며 다시 세상으로 이어진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게 해 준 한 끼들. 돌이키면 그때의 맛이 절로 되살아나는 음식이 있다. 어떤 식사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건넨 채 잊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때웠던 너무 많은 끼니가 내 뒤에 쌓여 있다.


나는 미식가도, 요리사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만났던 어느 끼니에 관해 누군가 앞에 슬쩍 수저를 놓아 본다.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식사를 반복하는 사람, 맛보다는 양, 속도,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 밥을 먹는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 무척 허전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면 좋을 소박한 한 상을 여기에 차려 보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