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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효과

by 베를리너

―고선경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열림원, 2025)을 읽고



마들렌 효과란 작은 마들렌 한 조각이 과거 어느 시점의 기억을 불러내어 복원시키는 마술 같은, 그러나 동시에 자연스러운 현상을 가리킨다. 한때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에 빠져 지냈었다. 작가가 회상할 때마다 구겨진 시간이 펴지고,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이 시집에서 작가가 택한 장소를 뒤쫓으며, 내 안에 이야기가 주름을 폈다.

「늪이라는 말보다는 높이라는 말이 좋아」 라는 시에서 남산 케이블카, 서촌과 북촌 사이를 걸었고, 시인처럼 무릎 속에 묻어 둔 늪을 새들이 들쑤시지만, 그녀와 함께 탐험을 멈추지 않았다.

「진짜 진짜 축하해」에서 생크림 케이크를 잘랐는데 모래가 쏟아져 나오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겨울을 견딘 단단한 토마토 같은 심장을 갖추기 위해. 슬픔을 과시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슬픔이 진짠지 가짠지가 중요한 건지. 기쁨의 끝이 슬픔일 수 있고, 슬픔의 끝이 기쁨일 수 있기에 우리는 함부로 축하하거나 축하받기 애매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내 뒤통수에 박혔다. “뷔페처럼 차려진 감정들, 남기거나 집어 던져도 된다” 라고! 사람과 관계가 어떤 목적에 의해 빠르게 소비되면서, 관계에서 촉발되는 감정도 금세 휘발된다.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에서 시인과 기차를 타고 떠났다. 안목해변에서, 강문해변은 익숙하지만, 낯선 순긋해변과 사천해변도 나쁘지 않다. 마음에 파도가 친다.

바다는 아무리 헹궈도 바다라는 것을.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한다고 파도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그녀의 고백.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거, 그 사람도 알고 있을까. 내가 말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지나간 사람들이 알고 있길 바라본다. 시인의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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