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샤워하기 전 한쪽 귀에 달려있어야 할 귀걸이가 실종된 것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귀를 뚫은 지 오래돼서 귓구멍이 커져 그랬는지, 오래 걸면 귀걸이 잠금장치가 헐거워지기도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만큼 다시 되찾은 적도 많아서, 이번에도 바로 귀걸이의 행적을 쫓길 시작 했다. 웃옷을 입고 벗다가 어딘가 애매하게 걸려있을 링귀걸이를 상상하며 일단 옷방으로 달려갔다.
로봇선생님이 집도한 혹제거 수술을 마친 후 영양보충한다고 들렸던 점심때 죽집, 저녁때 남편과 함께 먹은 생선구이집과 그 옆 카페까지 이번에는 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까지 링귀걸이에 온 신경을 쏟다가 내 모습이 좀 안 돼 보였다. 다른 일들은 다 뒷전이 됐다.
그 귀걸이는 구입당시, 장사 잘하시는 점원분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폭풍칭찬을 하시는 바람에 구매한 것이었다. 내가 20대 때 즐겨하던 은링귀걸이에 대한 그리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집에 와서 보니, 내 최애 금색 블라우스와도 안성맞춤이었고 얌전한 구두차림에도 편안한 청바지 차림에도 어디에나 어울리는 성격 좋은 아이였다.
그렇다고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 내내 이를 두고 슬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득 이 귀걸이를 금인 줄 알고 슬쩍 주머니에 넣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사실 이 귀걸이는 색깔만 금으로 도금한 가짜였던 것. 그리고는 흐흐 비웃음이 났다.크고 반짝여서 금인 줄 알았다가, 가짜인 줄 알면 자신의 행동에 실망은 배가할 터.
독일 유학시절, 겉에서 볼 땐 오래된 카라반 같이 볼품 없어 보이는 주택이,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름답고 귀한 악세서리들이 가득한 작은 성처럼 예뻐서 반전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기대이상으로 내면이 튼실한 집과 같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 망정, 보이는 것들로내면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사람이 되진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귀걸이 때문에 사람을 우습게 만들다니, 샛길로 샌 생각을 돌려 유턴을 했다.
경험상, 귀걸이는 우리 집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엎드리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자신의 반쪽을 찾으며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귀걸이를 통해 애착과 소유의 기쁨을 누렸으니, 잃어버린 귀걸이를 통해 마음을 놓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반짝여서 잠깐 눈에 띄었다가, 거짓된 겉모습에 반한 실제 때문에 실망을 주는 가짜 귀걸이 같은 사람도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