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는 피곤한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숙소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세바스티앙이 아직도 코를 골고 있어. 어떻게 좀 해봐.”
밤새 한잠도 못 잔 듯 얼굴에 졸음이 가득하다.
“킥킥”
르네를 보면서 웃고 있는 리자를 보니, 지난밤, 일들이 떠오른다.
“불멍이네!”
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애들을 보면서 나도 주변에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와서 불쏘시개로 쓰라고 던져준다. 타닥타닥 모닥불 소리가 나고, 하늘엔 떨어질 듯 별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맥주병을 들고 있는 벤 옆자리에 앉았다.
“여긴 캠핑존인가 봐. 오늘 날씨 좋았지? 밤 되니 좀 쌀쌀하네.”
난 적막을 깨려 무난한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네. 한국은 여름 날씨 어때?”
“여름엔 끈적끈적해. 여기처럼 건조한 여름은 상상조차 못 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잖아.”
“맞아. 재작년 여름은 베트남에서 보냈는데 엄청 습했어.”
“베트남? 여행 간 거야?”
“응 아버지가 베트남 사람이거든. 이혼하셨지만.”
응? 난 처음 듣는 벤의 개인사에 살짝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벤의 얼굴이 아시아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 그렇구나! 엄마는 독일 사람?”
“그렇지! 성은 엄마 성을 따랐지”
벤이 웃으며 대답한다,
“넌 졸업하고 빨리 한국에 가야 한다며.”
내가 독일 친구들과 고민 상담한 이야기가 벤에게까지 들어갔나?
“응, 난 부모님 지원을 받고 공부하고 있어. 형편이 어려워, 빨리 학업을 마쳐야 해.”
이곳 대학생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알기에, 머뭇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스트레스받겠네! 네가 빨리 졸업할 수 있길 바랄게!”
함께 심각해지는 벤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고마워!
“나와 같이 통계학 공부해 볼래?”
와. 내 마음을 읽은 건가? 벤이 내가 바라는 말을 먼저 꺼내다니!
“나야 좋지! 언제가 좋은지 이야기해 봐!”
“내일 학교 끝나고 오베로이로 와!”
오늘 밤, 잠은 다 잤네.
“불이 다 꺼졌잖아!”
리자가 다가온다.
“로운, 너 다음 시험에 떨어지면 안 되는데? 괜찮겠어?”
리자가 내 일에 관심 두는 건 좋지 않은 징조다.
“응 괜찮아.”
난 재빨리 자리를 털고 미리암에게 간다.
“미리암, 주말에 너희 집에서 스터디 시작하는 거야!”
해리포터 영화를 보던 밤 우리는 모의 작당을 마쳤다.
“그래, 포츠담역까지 두 시까지 와. 내가 특별요리를 해줄 테니.”
미리암이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카페에서 가져온 엽서를 나눠주며 말했다.
미리암과 요리라니. 뭐. 세상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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