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2019.6.31

by 효창 응봉 최중원

1.

담배를 피우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김 경사가 그 멀대 같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며 전화를 받고 있었다. 기다란 팔을 허둥거리며, 머리를 벅벅 긁으며 몸은 조아리는 꼴이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벌어진 듯했다. 최 경감은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서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마저 마시고 싶었으나, 자꾸 시야에 들어오는 저 새끼 기린 같은 바둥거림이 너무 거슬렸다. 다행히도 전화는 곧 끝났다.


최 경감은 그 통화의 주제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30분 정도 남은 근무 시간을 버틴 다음에 퇴근하길 바랐다. 하지만 김 경사가 바로 그의 자리로 걸어왔다.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경감님,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시내에 그 중국집 아시죠?”

“그럼, 알다 마다. “ 심지어 다섯 개 정도나 안다네, 하고 최 경감은 속으로 되뇌었다.

“그, 모든 다리가 부러졌답니다, 그 모든 의자의 다리가요.”

“누군가가 중국집의 모든 의자를 부러뜨리고 도망가기라도 했단 말인가?”

“네, 그런 거 같습니다.”

확실히 드문 일이긴 했다. 절도도 아니고, 싸우다 홧김에 집기를 파손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의자의 다리만 골라 부러뜨렸다? 누가 어떤 의도로 그런 귀찮은 일을 벌인단 말인가. 하지만 이 정도면 되었다. 별로 큰 사건은 아니니 현장은 내일 가봐도 될 것 같았고, 최 경감은 제때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김경사의 지금 표정이며 아까 전화를 받으며 안절부절못하던 태도가 신경을 거슬렸다.

“김 경사, 내가 더 알아야 하는 게 남아있나?” 최 경감은 확인 차 물었다.

“네, 지금 서장님과 가족 일행이 그 중국집에 손님으로 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망할. 정시 퇴근은 글렀다.


2.

시내 중심가에서 한 편으로 떨어진 이면도로에 면해있는 상가건물 2층에 중국음식점 복성루가 있었다. 시내에 있는 열 개 남짓한 중국집 중에서 나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깔끔한 음식의 맛 때문에 유명한 곳이었다. 가격은 좀 높은 편이었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최 경감도 예전에 몇 번 아내와 함께 와봤던 적이 있었다.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짬뽕이 맛있었던 기억이 났다. 수사 따위일랑 접어두고 짬뽕 국물에 고량주를 들이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최 경감과 김 경사가 복성루에 도착했을 땐 서장과 그의 가족들은 자리를 뜬 뒤였다 아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복성루의 라이벌 청운반점으로 향했을 것이었다. 청운반점은 겉은 바삭하고 속이 촉촉하니 부드러운 군만두로 알아주는 곳이었다. 최 경감도 몇 번 아내와 함께 가봤던 적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맴돌던, 군만두에는 역시 맥주가 어울리는데, 따위의 생각은 그러나 그가 홀에 들어갔을 때 바로 날아가 버렸다. 홀의 풍경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상했다. 8개가량의 원형 테이블이 배치된 홀 안의 모든 의자가 키가 작아져 있었다. 그것들은 네 개의 다리가 싹둑 잘린 채 앉은뱅이가 되어 바닥에 낮게 붙어있었다. 최 경감은 가까이에 놓인 의자를 잡아 들고는 뒤집어 보았다. 다리의 절단면에서는 고운 톱밥 가루가 조금 묻어있고, 표면은 거칠게 서 있지 않았다. 톱질을 한 두 번 해본 게 아닌 사람의 솜씨라는 것을 최 경감은 알 수 있었다.


“저희가 3~6시까지 원래 브레이크 타임인데요, 보통은 그때 식당에서 재료 손질을 합니다. “ 하고 주방장이 정황을 설명했다. “ 그런데 오늘은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재료 손질도 아침에 좀 더 많이 해놓고 해서, 직원들한테도 좀 놀다 오라고 그러고 아예 식당 문을 잠그고 나갔죠. 그런데 5시 반에 돌아와 보니…”

이 업계에서 20년가량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주방장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들어올 때 문은 잘 잠겨있던 상태였다. 창문 등을 통해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주방장 외에 열쇠를 가진 사람들은 사장과 홀 매니저 두 명뿐이었는데, 사장은 소식을 듣고 오는 중이었고, 매니저 역시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상태였다.


“누군가가 2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이곳에 톱을 들고 들어와서, 모든 의자의 다리를 썰고, 톱밥들을 치우고, 다시 의자들을 제 자리에 얌전히 세워놓은 다음에 잘린 다리들을 챙겨서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나갔다는 건데… 아니 그게 가능한지 안 가능한지를 떠나서 대체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뭘까요?” 김 경사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최 경감도 쉬이 짐작할 수가 없었다. 보통 기물 파괴는 홧김에 의해서 마구잡이로 벌어진다. 아니면 가끔은 원한 때문에 상대방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주려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현장은 규칙이 없이 엉망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비싼 기물들을 먼저 파괴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하지만 오늘 톱질에 미친 이놈은 전혀 달랐다. 문득 최 경감은 예전에 읽었던 미국의 범죄소설이 떠올랐다. 범죄 현장을 정돈하고 특정 상황을 연출하여 시체를 전시하는, 그럼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 오늘 이 복성루의 홀에는 분명히 의도와 연출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일 중요한 시체와 살인이 없다. 따라서 과학수사대나 광역수사대의 지원도 없을 것이고, 자신과 이 덜떨어진 김 경사가 발로 뛰면서 해결해야 할 테다.


그는 김 경사에게 사진을 꼼꼼히 찍으라고 하고, 다리가 없는 의자 하나를 증거로 서에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했다. 새로운 의자가 배달되기까지는 서너 일이 걸릴 것이었고, 그다음에는 범죄 현장을 다시 살펴보러 이곳에 왔다가 짬뽕을 먹고 가는 일도 가능해질 터였다.


3

시내의 피아노 교습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이번에는 최 경감이 직접 받았다. 김 경사는 화장실에라도 간 모양이었다. 당황하고 어이없는 말투로, 학원에 있는 세 개의 피아노 의자의 다리가 모두 잘렸다고, 전화를 걸어온 원장이 말했다. 우리의 범인 친구는 이제 연쇄 톱질이라도 저지르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때마침 서에는 의자의 단면을 관찰하고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 목공을 하는 젊은 장인이 와 있었다. 최 경감은 그 장인을 데리고 직접 차를 몰아 피아노 교습소로 향했다. 김 경사는 보이지 않았다.


피아노 교습소는 저번에 사건이 벌어진 복성루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연습실 세 곳에 각각 한 대씩의 피아노가 있었고, 의자들도 각각 한 개씩 있었다. 등받이가 없고 바닥이 폭신한 보충재가 들어간 천으로 마감된 피아노 의자들은 같은 디자인이었으나 천의 색이 달랐다. 다리들은 역시 남김없이 잘려있었으며, 낮아진 키에도 의자들은 시침을 뚝 떼고 원래의 자리인 피아노 앞에 서-아니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톱밥이나, 잘린 다리들은 없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역시 없었다.


최 경감은 장인에게 의자의 다리가 잘린 단면을 관찰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단면을 쳐다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손에 묻은 톱밥을 살펴본 다음 냄새를 맡았다.

“단면이 너무 깨끗해요.” 장인은 말했다. “ 엄청나게 잘 날이 선 기계톱인 것 같네요”

“기계톱이면, 소리가 좀 크겠네요” 하고 최 경감이 물었다.

“네. 기름으로 돌리는 것도 있고 전기로 돌리는 것도 있는데, 어떤 종류든 조금 시끄럽기는 하죠”

“저, 그런데” 하고 원장 선생님이 껴들었다. “ 제가 다른 선생님들과 옆방에서 밥을 먹었거든요. 연습실이 방음 공사가 되어있긴 하지만, 전기톱 소리 정도면 저희가 들었을 거예요”

장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그렇다면 이걸 줄톱 같은 거로 직접 잘랐다는 말인가요. 놀랍군요.”

“점심을 얼마 동안 드셨나요” 하고 최 경감이 물었다.

“글쎄요, 한 30분쯤?”

원장의 답변을 듣고 나니 장인의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 30분에 이만큼의 다리를 이렇게나 깔끔하게. 제가 한 수 배워야 할 정돈요. 경감님. 범인이 잡힌다면 저한테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4

이 작은 도시에 목공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최 경감은 아침 커피를 마시며 자리에 앉아 자신에게 조언을 해줬던 젊은 장인을 포함해서 여섯 명의 신상이 적힌 파일을 읽고 또 읽었다. 수상쩍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범행이 일어난 시간대의 알리바이라도 확인해 봐야 하나?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정도로 본격적인 조사를 해야 할지 최 경감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김 경사가 받았다. 그의 표정을 통해서 최 경감은 또 어딘가에서 의자의 다리가 잘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사건의 경우는 앞의 두 사건과 비슷한 듯 달랐다. 전화를 한 사람은 목욕탕의 주인 할아버지였는데, 새벽에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모든 목욕 의자의 짧은 세 다리가 잘려있었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목욕 의자가 워낙 낮고 다리 또한 짧기에, 그리고 특히나 범인이 너무나도 다리를 깔끔하게 잘라 놓은 터라 다리가 없어도 수평이 맞았고, 따라서 당장 사용하는 데 불편은 없었기에 그대로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고를 하는 편이 나은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목욕탕의 의자는 높이가 한 30cm쯤 될 정도로 낮고, 민트색의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으며, 가운데에 물이 빠지는 원형 구멍이 있었다. 여탕의 의자 역시 색깔만 분홍색일 뿐 같은 모델이며, 역시 모든 의자의 다리가 잘렸다고 주인이 말했다. 사람들이 알몸으로 어슬렁거리는 습기가 가득 찬 목욕탕 안에서 옷을 다 입고 목욕탕 의자를 관찰하고 있자니 최 경감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사건의 현장도 이전의 두 건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다리가 잘린 플라스틱 의자들은 모두 56개. 주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어제 청소를 마치고 의자를 열 개 정도씩 쌓아서 모아놨던 모양 그대로, 다리가 잘린 의자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 잘린 플라스틱 조각이나 가루들은 없었다.


5

서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장의 주관으로 대책 회의가 열렸다. 회의실 한쪽에는 복성루에서 가져온 의자, 피아노 학원에서 가져온 의자, 목욕탕에서 가져온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서장은 깊은 안락의자에 앉아 지역 일간지들을 펼쳐 들고 머리기사의 헤드라인을 읽었다.

"의문의 연쇄 의자 파손 사건, 도대체 의자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의자를 하나라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

“ 의자 다리 부러진 거 가지고 공포라니, 그리고 의자를 하나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기나 합니까?” 몸이 단단하고 목이 굵은 이 경위가 혀를 차며 말했다.

“ 언론들이 호들갑 떠는 거 보는 게 한두 번인가. 원체 조용한 구석인데 기삿거리 하나 잘 만난 거지.” 하고 작은 키에 얼굴이 네모난 손 경감이 말했다.

손 경감과 이 경위는 강력계 형사들이었다. 최 경감이 보기엔 은근히 사건을 바란다는 점에서 강력계나 언론들이나 도긴개긴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있을 만큼 주목도가 있으면서, 그런데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사건을. 손 경감은 왕년에 서울에서 날리던 형사였다는데, 어떤 사건인가에 잘못 연관되어 이런 지방의 도시로 좌천되어 왔다. 당연히 그의 꿈은 화려한 서울로의 귀향이었지만, 이런 조용하고 작은 도시에 강력계 형사가 자신의 이름을 드날릴 만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드물다.


“거 강력은 조용히 좀 하고, 이봐요 최 경감. 뭐 좀 나온 거 있어?” 서장이 컬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세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흔적이 나온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문은 모두 잠겨있었고, 외부에서의 침입 흔적이 없습니다.”

강력범죄라면 과학수사팀의 도움을 받아 지문 채취를 시도해 볼 수 있었겠지만 말이지. 하고 최 경감은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은, 범인이 톱질을 아주 잘한다는 것입니다. 나무든 플라스틱이든 가리지 않고요.

톱날을 서너 번은 갈아야 할 만큼의 톱질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두 곳의 철물점을 알아봤는데,

요 며칠간 새로이 톱날을 사 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허 참, 몇 달만 있으면 정년인데, 조용히 옷 벗고 연금 따박따박 받으며 마누라랑 여행이나 다닐까 했더니,

막판에 어떤 미친놈이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건지. 대체 이유가 뭐요? 무슨 동기로 모든 의자 다리를 분지르고 다니는 거야?”

최 경감도 그 이유를 너무나 알고 싶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몰래 숨어 들어가서 고작 한다는 것이 의자의 다리를 자르는 것이라니. 또 그런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치고는 솜씨가 너무 좋았다. 집에 가는 길에 더 많은 범죄 스릴러 소설을 사 들고 가야 할까 싶었다. 자신에게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진짜로 미친놈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요. 무슨 의자에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 잠깐만요” 이 경위가 점퍼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받았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가 말을 이었다.

“또 그놈이랍니다.”


6

이번 범죄 현장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마을이었다. 하루에 다섯 대 정도 다니는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마을 어귀에 있는데, 정류장에는 철골로 틀을 짜고 천장은 유리로 마감한, 비를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 서 있었다. 그 지붕 밑에는 벤치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이번의 피해 의자는 바로 그 벤치라고 했다. 이 경위의 후배가 그 마을 청년회 간부인데, 마을 주민의 말을 듣고 나가 보았다가 현장을 확인하고 바로 이 경위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현장으로 향하는 최 경감의 차에 조수석에 서장도 함께 탔다. 현장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덕분에 항상 조수석에 앉던 김 경사는 뒷자리로 쫓겨나서 언제 빨았는지 잘 모르겠는 옷더미들과 흙먼지 가득한 신발들과 함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그 새끼 기린 같은 몸으로 덜거덕거렸다.

“서장님, 그 저번에 복성루에서 첫 사건 났을 때, 청운반점으로 가셨나요?” 하고 뜬금없이 뒤에서 덜컹거리던 김 경사가 물었다.

“청운반점은 요즘은 좀 별로야. 우리는 대성각으로 갔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서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 그 대성각이, 무엇보다 양장피가 진짜 맛있지. 그 야들야들한 식감에, 톡 쏘는 겨자에. 그런데 애들이 그 맛을 몰라. 무조건 탕수육만 좋다고 노래를 부르니 원 나 참. 마누라는 뭐 언제나 애들한테만 맞춰주려고 그러고, 그래서 대성각에 갔지만, 양장피를 못 먹었지 뭔가.”

대성각 양장피가 맛이 있긴 하지. 거기 소스가 좀 다른데 하고는 달라. 하고 좌회전을 하면서 최 경감은 생각했다. 하지만 청운반점이 별로라고? 서장은 그곳의 군만두를 먹어본 적이 없음이 틀림없었다.


“이봐, 최 경감. 이번 범인을 잡으면, 내 우리 서 사람들 다 모아놓고 대성각에서 한턱 쏨세. 양장피든 팔보채든 맘껏 시키라고” 하고 서장이 생색을 내듯 말했다.

“와 정말요? 들으셨죠 경감님??”

김 경사는 정말로 신나 보였다. 하지만 솔직히, 최 경감은 이 신출귀몰한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치에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대성각에 가서, 양장피를 내 돈을 내고 사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잠시 뒤에 내려서 현장을 확인한 다음에는 수사고 뭐고 다 그만두고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대성각으로 향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정류장의 벤치는, 비를 가리는 구조를 만들고 남은 철골들을 용접해서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나무토막들을 올려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최 경감과 그 일행은 그 철골로 만들어진 다리를 볼 수가 없었다. 나무토막은 마치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예술 작품이라기도 한 냥, 그냥 시멘트 바닥 위에 바르게 놓여 있었다. 즉, 범인은 나무와 플라스틱에 이어서, 이번엔 강철로 된 다리까지 톱질해간 것이었다.


7

서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장은 여기저기로 전화를 했다. 원래는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만 출동하는 과학수사대를 부르고, 광역 경찰서의 특수 수사팀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현장의 통제를 위해 김 경사를 내려놓고 오긴 했으나, 범죄 현장에서 무엇인가를 더 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직접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서장은 무척 화가 나 있었는데, 범인이 지역 경찰을 조롱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30년이 넘는 경찰 인생의 마지막 사건이 이런 거라니, 그가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최 경감은 자신의 차를 스쳐 지나가는 방송국들의 차들도 봤다. 이런 촌구석도 이제는 공중파를 타겠구나. 아마도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신변잡기 프로겠지만. 어쨌든 살인이나 유괴 같은 사건 때문에 티브이에 나오는 것보다는 백번 천번 좋은 일이었다. 아마도 이미 진작 SNS에는 올라왔으리라. 어쩌면 공개수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의자의 다리만을 골라서 잘라가는 도둑이 있다고. 흔적 하나 없이 무단 침입해서, 역시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한 솜씨로 해치우는 도둑이 있다고. 그의 톱은 너무 잘 들어서 나무든 플라스틱이든 강철이든 아무 어려움 없이 썰어내고, 그러면서도 날을 갈 필요도 없다고. 주변에 의심 가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신고해 달라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최 경감 역시 서장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수사를 이어 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역시 서점에 들러서 범죄 스릴러 책을 좀 사 들고 들어가야 할까? 지금 이 일이 범죄 소설이라면 이 작가는 이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끝낼 심산인 걸까?


서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최 경감은 모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라도 나서 다들 깜짝 놀라 서 있는가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맞았고, 다들 깜짝 놀란 것도 맞았다. 하지만 그들이 서 있는 데는 또 다른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의자가 모두 낮아져 있었다. 경찰서의 모든 의자가, 경감과 경위와 경사들의 책상 앞에 놓인 나무 의자들과, 회의실의 접이식 쇠 프레임 의자들과, 휴게실의 플라스틱 스툴들과, 뒷마당 차양 밑에 놓인 나무 벤치들과, 서장실의 인조 가죽으로 덮인 깊고 푹신한 소파들이 모두, 다리가 잘린 채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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