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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창 응봉 최중원 Dec 06. 2019

노이즈

우리의 대화에 노이즈는 없어야 해

입자가 고운 필름으로 찍은 사진처럼

우리는 말할 것 만을 말 해야 해

새벽 도매시장의 경매인들처럼


분류학자처럼 

나는 박스에 담긴 물고기의 분류 계통을 살펴본다

종 속 과 목 강 문 계

어떤 고기는 방귀로 서로 안부를 묻는다는데

조용한 물속에서도 필연적으로 방귀에 달라붙어 

함께 전달될 노이즈


세상에는 소음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이어폰도 있는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기침소리 파도소리

우리의 대화 위에 차갑도록 차곡차곡 쌓이고

그럴 때면 나는 경매인들의 손짓을 배우고 싶다


그대는 믿는가 눈이 조용히 쌓인 언덕 어딘가

바깥의 소리 들리지 않는 동굴이 있는 것을

그 곳에 서면 아마추어 사진가도 손질된 물고기도

아침으로 국수를 먹는 경매인들도

조곤조곤한 입술로 선명한 상을 하나씩 뱉어낸다는데


그러나 나는 차라리 바닷바람이 거센 절벽이 좋다.

그대와 나의 말들은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들처럼 

서로의 얼굴을 때리고 

날아온 파도의 거품 간지럽히듯 아가미를 적시는데

안 들리면 침묵 속에서 큰 움직임으로

안 보이면 암흑 속에서 큰 외침으로 

도서관이 없으나 

세상의 모든 책의 목록을 가진 사서처럼 

그 자리에 앉아

거친 알갱이로 서로를 더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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