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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창 응봉 최중원 May 06. 2020

오래되고 낯선 습관

역 앞에서 꽃을 사왔다 

표구한 상장처럼 매달고 그 밑에서  

몇 끼인가를 먹었다 


말라 죽은 나방의 날개마냥  

조각난 꽃잎 방바닥에 뒹굴면 

나는 비질을 하며 꽃의 삶을 생각했다 

오래되고 낯선 습관을 따라 피워낸 향기 

어둠 아래 거꾸로 바래어  

종량제 봉투 속 어제 먹은 고등어 가시 위에 쌓였다 


서 있는 것은 오로지 나 하나뿐인데  

흙 속에 엉켜있는 내 것이 아닌 뿌리들  

오래된 가뭄이라는 예보를 듣고도 

말라 바스라질 것들 계속해서 피워내겠다는 다짐은 

어느 항렬에서 온 고집인지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은 오래되고 낯선 습관이다 

내가 피워낸다는 향기를 나는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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