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라이프 17화.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살다보니 나카시마 미카가 한국 방송에 나와 노래 부르는 것을 다 본다. 난 독일에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그녀가 '한일톱텐쇼'라는 프로그램 스페셜 무대에 오른 모습을 접했다. 심지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열창하다니...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이자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다. 들으면 어김없이 눈물이 쏟아져 두 눈이 탱탱 붓고야 마는.
다음날 아침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오자마자 이 노래를 틀었다. 싱크대 앞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목놓아 오열했다. 울음을 애써 삼키지 않아도 되니 이럴 땐 혼자 살아서 참 다행이지 싶다. 한바탕 쏟아낸 후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진눈깨비가 내렸다. 집앞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되돌아왔다. 양쪽 에어팟에서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바로 이전글에 적었던 새해 결심은 지키지 못했다. 나는 가슴에 맺힌 한을 '말끔히'는커녕 전혀 잊지 못했고, 당신들을 용서하지 못했고, 새 숨을 내쉬지 못했다. 슬픔에 얼어붙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젠 정말 그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아직 서른 몇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힘겨웠다. 매일밤 자려고 누우면 숨이 안쉬어졌다. 그러다 차라리 이렇게 숨이 끊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그날 돌아오는 지하철 안, 작고 소중한 꼬마아이가 엄마와 함께 승차했다. 그런데 빈 좌석이 애매해서 서로 떨어져 앉아야 했다. 나는 둘이 나란히 붙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했다. 아이의 엄마는 고마워했다. 아이는 내리는 순간까지 나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천만불짜리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문득 세상을 다시 살아가고 싶어졌다.
게다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엄마는 아이에게 'Momo'라는 이름을 여러번 반복해서 알려줬다. 에어팟을 귀에서 빼고 집중했다. 아이는 귀여운 발음으로 연신 따라했다. 독일에서의 내 이름이 'Momo'인데 이 무슨 영화 같은 일인지. 마치 천사가 아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모모, 잘 봐. 세상은 이렇게 별것 아닌 것으로 아름답기도 해"라고 보여주듯이. 진눈깨비에 젖어도 따뜻한 순간들이 있다고.
지금도 나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듣고 있다. 여전히 눈물은 멈출 수 없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지옥을 평생 품고 살아야 하니까. 그럼에도, 나카시마 미카가 이관개방증을 이겨내고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것처럼, 아이가 나를 보며 반짝이게 웃은 것처럼, 이 세상에 조금은 기대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