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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연습100-18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손

거친 손을 부끄러워 마세요

by 다올

[100-17] 배선숙

원 문장<나의 완벽한 비서 명언 명대사>

그 시간이요,
배우지 않아도 자연이 알게 만든 그 시간에 맞는 대우를 해드리고 싶어요.
그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마세요.

오랫동안 고생하신 사장님 손이요.
억울하겠어요. 그 손, 정말 특별해요. 사장님.



나의 문장

요즘 즐겨보고 있는 나의 완벽한 비서 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이다. 시장의 후미진 골목에서 명품을 수리하는 여사장의 손을 보고 극중 CE0로 나오는 한지민이 한 대사이다.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마세요.”

노동의 세월을 견딘 손은 곱지 않다. 거칠다. 두꺼운 굳은살이 박혀 있다. 거칠다. 때로는 관절에 병이 와서 손마디가 굽어 있기도 하다.


어머니의 손은 거칠다. 손등은 푸른 핏줄이 칡덩굴처럼 툭툭 불거져 있다. 손바닥은 옹이가 박힌 나무처럼 단단한 굳은 살이 손가락 마디마디 박혀 있다. 두 손을 문지르면 쓱쓱 마른 소리가 난다. 고된 주인의 시간을 함께한 손은 주인의 고생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


도시에 살 때 손이 거친 어머니는 악수하는 싫었다고 하셨다. 마른 장작 같은 손이 부드러운 손과 합쳐지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하셨다. 상대가 말은 안 해도

“무슨 여자 손이 이렇게 거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을 것이다. 지금은 시골에서 생활하신다. 시골 어르신들의 손은 붕어빵 틀에서 나온 붕어빵 마냥 비슷하다. 거칠고 굽은 손이다.


누가 악수를 하자면 선뜻 내밀어 지지 않던 손이었는데 택시 기사님의 한마디를 들은 이후론 생각을 바꾸셨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시다가 우연히 손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당신은 손이 못생기고 거칠어서 부끄럽다고 하니 기사님이 어머니의 손을 보시고

“이렇게 자랑스러운 손이 어디 있습니까!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하고 말씀해 주셨단다. 그 뒤로 어머니는 손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셨다고 했다.

유독 장갑을 끼고 일하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이백 포기가 넘는 김장 양념을 하고 버무릴 때 맨손이시다. 밭에서 일을 하실 때도 면장갑도 끼지 않으신다. 심지어 시멘트 일을 하실 때조차 맨손이시다. 설거지는 말해 뭣하리. 이러니 어머니의 손은 자연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은 늘 솔선수범하는 손이다. 봉사활동을 가셔도 먼저 나서서 하신다. 어머니의 손은 맛손이다.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셔도 우리 입맛에 안성맞춤이다.


어머니의 손에는 세월이 짙게 베어 있다. 어머니의 손은 요술 손이다. 어머니의 손이지나간 자리엔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어머니가 바느질한 옷은 절대 터지는 법이 없다. 어머니가 지심 맨 밭엔 작은 잡초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손은 자랑스러운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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