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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사람을 걸러준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

단 한명의 친구

by 다올

시간이 사람을 걸러준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슬퍼할 이유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걸러져

진짜만 남는 과정이니까

사랑하게 해줘서 고마워 -김재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일평생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가 맺는 첫 관계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 관계다. 이 두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때로는 남보다 못한 관계로 변해버리며 끝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관계는 주로 학교나 동네라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점점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어른이 되면 직장, 이사, 취미 활동 등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기존의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서울이 고향인 나는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고, 대부분의 동창들은 지금도 서울과 경기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대학을 지방에서 다녔고, 결혼 후에도 지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한 여수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담이었다. 왕복 시간과 비용은 생각보다 컸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자연스레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었고, 통화조차 자주하지 못했다.

마흔이 넘어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석한 동창회에서 친구들은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었지만, 나는 이미 친구들 사이의 깊어진 관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만큼 서로의 일상과 추억은 달랐고, 그 격차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종종 물과 기름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외향적이고 낯가림 없어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깊은 관계로 나아갈 때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처럼 겉돌기만 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시골 생활을 하며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섬이라는 특성상 나는 그들에게 늘 외부인,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함께 북을 치고 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그들이 여행을 갈 때나 식사를 할 때면 나는 제외된다. '않는다'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나를 끼워주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씁쓸하고 외로움이 몰려온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나는 이런 기분들을 털어내는 방법을 배웠다. 기분이 나쁠 것이가 좋을 것인가는 결국 내 마음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언제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섬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지만, 그 동생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험담할 때도 내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해주던 그녀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삶에서 많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는 친구가 몇 명인지가 중요했다. "나는 친구가 다섯 명이야." "나는 친구가 한 명 있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반 아이들 모두가 친구라고 생각했고, 동창들도 다 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한 명만으로도 충분하다."


는 말을 나이가 들수록 깊이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한 명의 친구일까?'

좋은 친구를 원하기 전에 나부터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기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내 진심을 알아주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엔 반 아이들 모두가 친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관계의 깊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지방으로 이사를 가거나, 직장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소중한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럴 때면 외롭고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을 이겨내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힘을 얻는다. 꼭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아픔을 이해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모든 이와 친해질 필요는 없다. 는 진리는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는 깊고 좁은 관계보다는 얕고 넓은 관계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남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뜻을 안다.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친구 한 명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는 것을.

여러분도 지금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쯤 있는가? 그 친구가 있다면 지금 당장 안부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자. 나는 그 친구에게 어떤 존재일까?하고.


나이가 들수록, 삶이 바빠질수록 우리는 많은 관계보다 깊이 있는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길을 알려준다.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 진정한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해보면 어떨까? 잘 지내야고 , 보고싶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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