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다 탄다 속이 탄다.
우여곡절 끝에 첫날 장사를 마쳤다. 매상도 괜찮았다. 장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피곤했다. 하루종일 서있어서 그런지 다리도 아팠다. 누름개랑 집게등을 씻고 다시 내일 장사를 위한 반죽을 했다. 저울에 밀가루 무게를 재고 물의 양을 재고 색을 내기 위해 얼마 전에 짜온 비트즙을 넣고 반죽을 했다.
자색고구마를 이용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비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즙이 들어간 반죽은 붉은 보라색이 되었다. 반죽을 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또 반죽을 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불을 덮어 놓고 반죽이 잘 부풀기를 바랐다. 오늘도 반죽을 살피느라 세 번이나 깨었다. 초짜 호떡 장수인 나에겐 반죽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반죽을 휘휘 젓다보면 어느새 12시가 넘어 있었다. 잠이 부족했다.
오늘은 보라 호떡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 맞는 주말이다. 은근 걱정도 되었다. 반죽도 오늘따라 좀 된듯했다. 주말답게 관광차들이 연신 들어온다. 다리 위에도 주차장에도 사람들이 많다. 손님들이 온다. 호떡집에 불이 난다. 호떡집에는 불이 날 수밖에 없다. 호떡을 미리 구워두지 않고 주문을 받고 굽다 보니 손님이 몰릴 땐 정신이 없다.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내 마음도 손도 바쁘다. 혼자서 주문받으랴 호떡 구우랴 정신이 없다.
아 우짠다냐. 마음은 급하고 되직하게 된 반죽은 잘 오므려지지 않는다. 자꾸 터진다. 자꾸 벌어진다. 설탕이 녹아 나와 기름에 탄다. 연신 연기가 난다. 손님을 자꾸 늘어선다. 울고 싶다. 하지만 울 수 없다. 반죽이 되다 보니 얇게 눌러지지 않는다. 익은 것 같아 꺼내 호떡 속의 설탕이 녹지 않았다. 와 미치겠다.
손님들은 빨리 주라고 보챈다. 언제 나와요? 한참 기다려야 해요? 속이 익지 않는 호떡을 폐기하고 다시 반죽을 떼어 호떡을 만들어 철판에 올려놓는다. 기름에 들어간 설탕이 지글지글 탄다. 내속도 지글지글 탄다. 매운 연기가 피어오른다. 눈에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