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의견을 말하기가 힘들다
원 문장
그가 램프의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소원을 애매하게 말고 구체적으로 소원을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많고 많은 움식 중에 아무거 나라니... 그런데 이 말이 습관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은 너에게 -김태은-
나의 문장
오랫동안 나의 대답은
"아무거나."였다.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도 아무거나, 엄마랑 옷 가게에 갔을 때도 아무거나였다. 자라면서 별로 꾸중을 듣지 않고 컸는데 요 아무거나 하는 대답 때문에는 종종 야단을 맞았다. 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매번 아무거나 레고 대답하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나의 버릇은 오래갔다. 아니 요즘도 종종 그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는데도 말이다.
선택의 순간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늘 아무거나 하고 대답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시키고 나면 그중에 하나를 시키곤 했다.
십 년 전쯤 직장을 다닐 때 동료의 한마디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자기는 누가 밥을 사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시킨다고 했다. 내가 싼 것을 시키던 비싼 것을 시키던 상대방은 나에게 밥 한 번 차 한번 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었다. 대신 자기도 다음에 상대방에 원하는 것을 사주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계산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이면 제일 저렴한 것으로 시키는 편이었다. 그래서 음료는 늘 아메리카노였고 중국집에선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었다. 밥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물론 혼자 너무 비싼 음료나 밥을 시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기분 좋게 시켜 먹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나의 의견을 분명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론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예전보다는 나의 취향을 많이 반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다.
미장원에서도 난 여전히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옷 가게에 가서도 꼭 원하는 옷이 아니었는데도 직원이 자꾸 권하면 그 옷을 사 오고 후회한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고쳐졌지만 아직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잘 말하지 못한다.
특히 누군가 나에게 부탁을 해오면 나는 대부분 오케이 하고 만다. 요즘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하지 않고 좀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시간을 벌기도 하지만 안돼라는 말을 하기가 참 힘들다. 혹 못하겠다고 말하고도 한참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연습을 할 것이다.
아무거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좀 더 명확히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연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