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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록 원피스

초록 원피스 여인의 이사

by 다올


원 문장

1년 전 어느 날, 말리나라는 이름의 한 신비한 여인이 마을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 집은 그녀가 그녀의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마음의 여행자-한스 스쿠파



나의 문장


이사라고 하지만 그녀가 가져온 짐은 그녀에게 끌려온, 그녀가 들어가도 될 정도의 큰 캐리어 1개와, 체리 빛이 감도는 모서리가 부드러운 3단짜리 서랍장 그리고 그녀의 키를 훌쩍 넘기는 전신 거울이 전부였다. 오죽하면 이삿짐 직원이 짐이 이게 다냐고 물을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신비한 여인이라고 부른 이유는 말리나라의 독특한 외모가 한몫했다. 그녀의 머리카락 색은 한 여름 서녘 하늘의 노을빛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허리가 잘록하고 긴 소매가 달린 초록색 원피스만 입었다. 그녀의 무릎 위로 원피스 치맛단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밀처럼 살랑거렸다. 어쩌면 캐리어 안에 가득 들어 있던 초록의 향기가 그녀의 3단 서랍장으로 이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긴소매의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붉은 노을빛 머리카락을 한 그녀가 이사를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거미줄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작은 집은 오랫동안 거미의 것이었다.

집을 다 차지한 거미는 날마다 파티를 열기라도 한 걸까? 오래전 그리고 어제저녁 막 만들어진 끈적거리는 거미줄엔 거미의 저녁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많은 하루살이와 날개 한쪽이 뜯어진 잠자리, 그리고 머리만 남은 회색빛 벌레들이 거미줄에 걸려 있다.


그녀의 기척 소리에 평화롭게 낮잠을 즐기던 거미가 긴 다리의 관절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도망간다. 가늘고 긴 다리에 비해 거미의 배는 너무 통통했다. 말리나라는 거미줄을 걷는 것도 잊고 한 손에는 빗자루를 든 채 그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거미가 허겁지겁 8개의 다리를 바쁘게 움직인다.

거미들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또 거미줄을 치고, 잠시 도망자였던 신세를 잊은 채 다시 포식자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거미처럼 떠돌지 않아도 된다. 누구의 먹이로 잡히지 않아도 된다.

´이 작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리라. ´

말리나라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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