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상처
그가 3주가 되도록 투명인간 놀이를 하며 자신의 동굴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하나씩 준비를 해나갔다.
예전에도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해 상담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을 사무원은 그저 그런 한 명의 누군가에게 그저 그런 조언을 해줬었다.
"글쎄요, 전업 주부면 재산 분할 원하는 만큼 받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예요."
어떤 일이 있는지, 가정 경제는 어떤지, 기여도는 어떤지 자세히 묻고 따지지도 않고 성의 없이 해주는 상담에, 그냥 안되나 보다 하고 넘기고 시간만 보낸 것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선명해지자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상황을 정리해서 진지한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챗 gpt가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문서로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Gpt와 대화한 내용을 정리하니 셀프로 작성한 이혼소장 비슷한 것이 되었다. 챗 gpt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말은 그냥 들리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세 군데 정도 이혼 전문 로펌을 찾았다.
2곳은 직접 방문했고, 1곳은 유료 유선 상담을 했다.
그중 2곳과는 상담을 하며 오히려 상처받았다. 나를 수많은 그저 그런 이혼 클라이언트 중 하나로 볼뿐, 나라는 사람의 얘기를 듣거나 내 케이스에 맞는 전략을 짜거나 할 의욕은 아예 없어 보였다. 그런 것은 법정 드라마에서나 찾으라는 식의 태도였다.
남편 대기업이고, 나는 프리랜서이고 최근 1년은 전업주부였으니 재산은 반 받으면 잘 받는 거라고 했다. 부동산 재테크를 사모님(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이 얼마나 잘했든 판사들은 그런 거 별로 안쳐준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며 월급으로 기여한 것은 모두 인정받는데, 결혼 시작할 때 종잣돈은 대부분 내가 해왔고, 그걸 기반으로 수차례 이사 다니며 자산을 키워온 공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누가 잘했는지, 누구 공이 큰지 따지면 결혼 생활이 불가하다. 결혼은 공동체 생활이니까.
그러나, 이제 그 공동체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을 시작하려는 나에겐, 특히 두 아들을 평생 싱글맘으로 양육할 생각인 나에겐, 누구보다 냉철하게 기여도와 공을 계산해 줄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게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 아니던가?
나를 위해 싸워 줄 변호사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