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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Apr 15. 2020

선거일, 나의 표는 어디로?

"사람"이 중요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SNS에 친구가 올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 연설이 올라와 있다. 어제 선거 캠페인에 대한 강의에서 Endorsement에 대해 끝마쳤는데, 그에 대한 살아있는 예시를 바로 경험하는 타이밍이 대단하다. 


그 클래스는 2주 전부터 밥을 먹거나 밤에 머리 빗으면서 조금씩 틈틈이 보았는데 마침 선거일인 오늘 오전에 딱 끝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기획력, 전략, 구술력이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많은 점을 느끼게 되었지만 투표와 관련해서는, (대선의 경우에는) 토론할 때 후보자의 어떤 면을 봐야 하는지 배운 것이 좋았다. 선거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매우 유익했다. 


사실 정치와 선거활동 관련해서는 어쩌다 보니 조금의 간접 경험이 있어, 이 클래스가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20대 초반에 - 나의 정치적 견해와는 상관없이 - 대선캠프에서 후보자 가까이에서 경험할 일이 있었다. 그때는 정치에 대해 참 모르기도 했고,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기회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항상 뉴스에 나오는 분들을 카메라가 없었을 때의 모습들도 보고, 권력이 모이는 곳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참여하는지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뉴스에서 그분들을 볼 때마다 카메라에 비친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겪었던 캐릭터를 연상하게 된다.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당선이 확정되던 그때, 나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축하로 뜨거웠던 그 밤, 이 경험을 하도록 제안해 주신 분이 연구실에 있던 나를 계속 오라고 하셨을 때 갔더라면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것인데 시험이 뭐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 과목 그냥 망쳐도 되었는데.. 그것을 스스로 거부한 내가 아쉽다. 

(당선되었던 분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든다. 내가 그 당시에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후보자에 대해 좀 더 알았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대사관에 있었을 때는 정부의 다양한 부서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과 공조하며 사람들의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회의원 선거날이니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때 한 국회의원과 더욱 긴밀하게 움직일 일이 있었는데, 그분이 어떻게 당선되었는지 다른 누군가가 슬쩍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당선이란 어쩌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상황이 전개되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조그마한 에피소드들이 있는 나는 어떻게 투표를 결정하는가? 주변의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당을 볼 것이냐, 후보자를 볼 것인가." 나의 대답은 "사람을 본다"이다.


우리나라의 당(party)은 너무 자주 바뀌어서 정치인들이 마치 철새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당 보다 내가 뽑을 사람의 인성과 능력, 그리고 그 사람이 추구하는 공략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나의 소중한 한 표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존경하는 분이라며 소개를 받아 만나 뵈었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그 당시 어린 나에게 책도 선물해 주셨고, 참 지금도 따뜻한 인상이 남아있다. 지금은 장관이 되셨는데 생각나서 찾아보니 그분도 당을 옮기셨다.


그럼 그 사람을 분석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사실 대선이 아니고서는 후보자들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기에 조용히 앉아 우편으로 날아온 선거 공보물을 (재활용 쓰레기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읽어 보고 분석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선거 공보물이 올 때마다 바닥에 다 펼쳐 놓고 내 생각에 좀 특이하고 안 뽑을 것 같은 후보와 당이라도 일단 모두 자세히 읽어본다. 재산현황, 범죄 이력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거기서 궁금한 특이사항은 다 찾아본다. 왜 이 사람들은 회사 대표들인데 당을 세우게 되었는지, 그 회사는 어떤 곳이길래 이런 것인지 보다 보면 흥미롭다. 지금 그들을 위해 투표를 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는 후보들도 있다.(물론 아닌 곳들도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나이가 들 수록 너무 체감하는 사실이다. 타인에게 전해 들은 바로, 또는 내가 몇 번 본 것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후보자들을 일일이 대면하고 겪어보지 못하는 한계를 감안한 상태에서는 물론 후보자 스스로가 아닌 많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나마 그들의 아이덴티티와 핵심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것이 많은데..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놓지 않으면 증발하기 때문에 아침도 거르고 끄적여 본다. 


#덧: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처음에 투표를 여전히 진행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붐 빌 투표장에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워서 그냥 포기할까도 싶었다. 그러다가 사전투표를 날짜를 알게 되어 그 첫날 오전에 집 앞에 있는 동사무소로 갔다. 웬 걸.. 사람이 꽤 많았다.(뒤에 서있는 아저씨가 내 뒤에 가까이 서서 큰소리로 뭔가 계속 물어보셔서 완전 긴장함) 그리고 앞에 쌓여있는 버려진 일회용 장갑들..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새 장갑은 구경하지도 못했다. 다행히 나는 내 오래된 장갑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그것을 끼고 투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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