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위에 앉은 청개구리가 올해도 먹구름을 부른다. 긴 꼬리 장마가 어여 오라고 어매가 싫어하는 먹구름을 자꾸 끌어들인다
황소 눈에 핏대 선 들판 위의 벼들이 진흙을 옴팡지게 뒤집어쓰고 납작 드러누웠던 날로부터 매양 놈들이 소리를 모으기 시작하면 어매의 심장은 콩당콩당 허공을 가른다. 마을 앞 수둑빼기 방천이 무너지고 둑 아래 논벼가 수마에 몽땅 휩쓸려 가버린 건 틀림없이 저놈의 청개구리 때문이제.
초여름에 들려오는 놈들의 합창 소리 정지 문에 가만히 기대고 서있는 울 어매의 노심초사가 쏟아지는 빗줄기로 주루루 흘러내린다.
공포가 넘실대는 황톳물 위로 뿌리째 뽑힌 나무와 휘둥그래 눈 뜬 뱀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돼지와 가마니와 고무신과 질통들이 떠내려간다.
메마른 세월의 강을 타고 푸른 들녘에 퍼지는 한숨소리 온 세상 근심이 둥실둥실 떠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