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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솔바우


당산나무 위에 앉은 청개구리가
올해도 먹구름을 부른다.
긴 꼬리 장마가 어여 오라고
어매가 싫어하는 먹구름을 자꾸 끌어들인다

황소 눈에 핏대 선 들판 위의 벼들이
진흙을 옴팡지게 뒤집어쓰고
납작 드러누웠던 날로부터
매양 놈들이 소리를 모으기 시작하면
어매의 심장은 콩당콩당 허공을 가른다.
마을 앞 수둑빼기 방천이 무너지고
둑 아래 논벼가 수마에 몽땅 휩쓸려 가버린 건
틀림없이 저놈의 청개구리 때문이제.

초여름에 들려오는 놈들의 합창 소리
정지 문에 가만히 기대고 서있는
울 어매의 노심초사
쏟아지는 빗줄기로 주루루 흘러내린다.

공포가 넘실대는 황톳물 위로
뿌리째 뽑힌 나무와
휘둥그래 눈 뜬 뱀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돼지와
가마니와
고무신과
질통들이 떠내려간다.

메마른 세월의 강을 타고
푸른 들녘에 퍼지는 한숨소리
온 세상 근심이 둥실둥실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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