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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땅에 우리 집이 지어지고 있다.

by 베존더스

2023년 6월 노타(notar) 공증 변호사를 통해 땅을 매입했다. 외국인인 우리가 독일에서 땅을 가지게 됐다. 들뜬 마음으로 시에 건축 허가 신청서를 냈다. 우리가 아는 지인은 3개월 만에 허가증을 받았다고 했다. 서류 처리가 느려도 너무 느린 독일에서 3개월이면 빠른 시간이었다. 우리도 3개월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4개월이 되어도 연락은 없었다. 반년이 되어가며 조바심이 났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무조건 우체통을 열어봤다. 기다림에 지쳐 조바심마저 사치라 여겨질 즘 건축 허가증이 우편으로 왔다. 땅을 산 지 9개월 만이었다.


2024년 3월이 되어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가 산 땅은 집터라 이미 누군가 살다 간 집이 흉가로 남아 있었다. 큰 포클레인은 단 이틀 만에 흉가를 시원하게 무너뜨렸다. 뿌옇게 날리는 연기 사이로 땅의 모습이 드러났다. 두근거리는 첫 만남이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완연한 땅의 모습은 예쁘기까지 했다. 이건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때에는 몰랐다.


삽은 뜨지도 못한 채 측량만 3개월이 지나갔다. 합이

12개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사 자제가 들어왔다. 여름의 시작인 6월 우리의 집 짓기가 시작됐다. 뜨거운 땡볕 아래 수고하는 인부들을 위해 음료수를 사다 날랐다. 층이 올라갈수록 서명해서 보내야 하는 서류가 쌓여갔다. 그러는 사이 우린 계단을 고르고, 화장실 인테리어, 바닥재, 방문, 대문을 고르러 다녔다. 어느 날에는 계단 설치하는 회사를 차로 40분 다녀오기도 했으며 때로는 집 근처의 바닥재 회사에 다녀오기도 했다.


무엇을 하든 신중했다. 가는 회사마다 일상 독일어가 아니다 보니 독일어 멀미가 났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스타카토처럼 강조하는 말투로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손가락으로 톡톡 쳐보며 질감을 비교했다. 어떤 색상이 계단과 바닥이 어우러질지 보고 또 봤다. 먼저 집을 지은 지인은 문고리 하나도 골라야 하는 게 독일이라며 푸념 섞인 한숨을 내쉰 적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방마다 있는 전등 스위치 개수까지 정해야 했다. 들어가는 콘서트 위치까지 정하다 보니 우주를 빙빙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나하나 작은 조각으로 조립하는 레고처럼 우린 하나하나 섬세히 끼워 갔다.


삼 남매는 한 층 씩 올라가는 집을 보며 비눗방울처럼 기쁨을 뿜어냈다. 아이 방 하나 우리 방 하나인 월셋집에서 첫째 듬직이는 사춘기를 맞았다. 아이 방 하나를 첫째 듬직이 에게 온전히 내주고 나니 둘째 테디베에게 미안했다. 집을 짓고 삼 남매에게 방 하나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2025년

2월이 되어서야 집의 모습이 드러났다. 집 짓는 회사와의 계약에는 4월 말 완공이라 쓰여있다. 4월 말 집 짓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집안에 화장실 욕조가 들어오고 바닥재가 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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