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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발랄’ 다운천사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by 베존더스


하루도 즐겁지 않은 날이 없는 ‘다운천사’ 딸은 오늘도 신난다. 새벽형 딸은 6시에 기상한다. 고요한 적막히 흐르는 집안에 도도도 걸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거실의 전등 스위치를 딸깍 켜는 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방 안에 작은 불빛이 드리워진다. 색연필을 꺼내는지 바닥으로 또르르 떨어져 데굴데굴 구른다. 구겨지는 종이 소리가 들려온다. 거칠게 스케치북을 넘기는 것 같다. 입에서 나오는 흥얼거림이 색연필을 타고 서걱서걱 춤을 춘다. 작은 몸을 쪼그리고 앉아 그림 그릴 딸을 안고 싶었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작은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잘 잤어?”라고 속삭였다. 딸은 따뜻한 엄마의 온기에 뒤돌아 환하게 웃는다. 엄마가 감싼 팔을 풀고는 부엌으로 가라고 손짓한다. 배가 고픈지 “냠냠”이라고 말한다. 그 사이 두 아들도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오빠에게 다다닥 달려가 안긴다. 둘째는 도톰한 손으로 동생을 토닥인다. 첫째는 높이 들어 올려 안아 준다. 오페라 극장의 연주가 밤 12시에 끝나 아직 꿈나라인 아빠 위에 올라가 팡팡 뛴다. 강제 기상을 당한 아빠는 눈을 감은 채로 일어난다.


딸은 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향한다. 먼저 학교에 도착한 스무 대가 넘는 스쿨버스가 운동장을 가득 채운다. 버스 문이 열리면 몸을 쑥 집어넣고는 손을 뻗어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나눈다. 친구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딸에게 손을 뻗는다. 연예인 팬 미팅만큼 뜨겁다. 인사가 끝나면 쿨 하게 퇴장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사라진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이 춤을 춘다. 맞이해 주는 선생님에게도 살뜰히 인사한다.


딸의 학교생활을 선생님이 사진 찍어서 보내준다. ‘띠링’ 울리는 소리에 스쿨 웹을 연다. 여기저기 기상천외한 딸의 모습이 등장한다. 라디에이터에 몸을 길게 쭉 펴고 엎드린다거나, 볼 풀에 파묻혀 있거나, 엎드린 채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딸은 놀이터 모래사장에 몸을 푹 심기도 하고 수영 수업에는 튜브에 몸을 싣고 늘어져 있기도 한다. 집에서도 엉뚱함이 뿜어져 나온다. 요구르트를 떠먹어야겠는데 티스푼을 찾지 못한 딸은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 세상에, 세모난 피자 필 앞부분으로 요구르트를 퍼먹는다. 그뿐인가 할머니와 통화하면 자기 할 말만 하고 쿨 하게 끊는다.


부엌에서 짐 싸는 내 주위를 맴돈다. 내가 사용한 후 미처 치우지 못한 매직펜이 딸의 눈에 띄었다. 바지에 그림을 그린다. “양손 높이 들어”라며 뒤 돌아 마저 짐을 싸는데 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언제 손을 내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지 냉장고에 얼굴을 쑥 넣는다. 벌을 서라 했더니 먹을 것 찾고 있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덩달아 따라 웃는 딸의 웃음소리가 합쳐진다. 엉뚱함을 장착하고 태어난 걸까? 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내일은 또 어떤 기발한 생각으로 재미난 걸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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